15일 오전 10시 30분 찾아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초구립 양재도서관. 도서관 마당에 들어서자 흙탕물에 뒤덮인 의자·책상과 대형 쓰레기봉투 10여 개가 쌓여 있었다. 도서관 정문은 ‘폭우 피해로 임시 휴관한다’는 안내문이 붙은 채 굳게 잠겨 있었다. 지하 1층~지상 4층 건물인 이 도서관은 지난 8일 서울 강남 일대에 내린 폭우로 지하는 완전히 물에 잠겼고 1층까지 물이 들어차는 피해를 봤다. 당시 어린이 전용 열람실이 있던 1층에선 성인 종아리까지 물이 잠길 정도였다고 한다.
가장 큰 문제는 그 여파로 이 도서관 1층과 지하 1층에 비치되었던 약 3만2000권 중 1만권 안팎이 물에 흠뻑 젖은 것이다. 1층에선 어린이 열람실에 있던 동화책 등 3000권이, 같은 책이 여러 권 있는 복본(複本) 도서 등 별도 보존이 필요한 책 7000권이 물에 젖거나 흙이 잔뜩 묻었다. 도서관 관계자는 “흙탕물에 젖은 책은 복구가 불가능해서 이 1만권은 다 버려야 한다”면서 “도서관 핵심 재산이 책인데, 책이 이렇게 되어 황망하다”고 말했다.
도서관 직원들과 인근 주민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9년 11월 개관한 양재도서관은 문을 연 지 3년밖에 되지 않아 시설이 쾌적해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였다. 특히 1층 전체를 어린이용 도서로 채우고, 독서 교실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과 학부모의 이용이 많았다. 폭우 피해 소식을 들은 지역 주민 10여 명이 최근 자발적으로 도서관에 자원봉사를 오는 일도 있었다. 서초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매주 토요일마다 아이들과 책 20권씩 빌려오던 게 일상이었는데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피해가 심각해 너무 속상하고 안타깝다”는 글이 줄을 이었다.
양재도서관 관계자는 “침수되지 않은 아동 도서 2만2000여 권은 현재 모두 2층으로 옮겨놓은 상태인데, 현재로선 원상 복구 시점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서초구청 관계자도 “15, 16일 모두 비 예보가 있어 양수차와 모래주머니 등을 비치해 놓은 상태인데, 비가 많이 온다면 이달 내 복구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