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마르티네즈 예술감독(오른쪽부터), 무용수 강호현, 도로테 질베르, 기욤 디옵이 7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지젤'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발레에서 무용수의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 몸의 움직임으로 이야기와 감동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내 동료이던 발레리노 김용걸, 현재 에투알인 발레리나 박세은 등을 배출한 한국 발레 교육은 굉장히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POB)가 ‘지젤’로 30년 만에 내한했다. 호세 마르티네스 예술감독은 7일 LG아트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외국에서 온 무용수들이 프랑스 발레의 전통과 미학을 습득하고 개성을 보태면서 POB는 더 풍성해지고 있다”며 “그런 변화들이 결국 우리 자산이 된다”고 말했다. 350여 년 역사를 가진 이 세계 최고(最古) 발레단에는 이번에 군무를 추는 쉬제(솔리스트) 강호현을 비롯해 한국인 3명이 정단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박세은은 출산으로 무대에 서지 못한다.

로잔콩쿠르와 바르나콩쿠르에서 우승한 마르티네스는 1988년 POB에 입단했고 에투알을 지냈다. ‘브누아 드 라 당스’ 안무상을 차지할 만큼 다재다능한 그는 지난해 말 예술감독으로 취임했다. 마르티네스는 ‘지젤’에 대해 “POB가 1841년 세계 초연했고 30년 전 내가 참여한 내한 공연도 ‘지젤’이었다. 프랑스 발레 원조(元祖)의 맛을 간직한 고전”이라며 “무용수 70명을 포함해 모두 120명이 내한해 파리와 똑같은 환경과 완성도로 공연한다”고 했다.

‘지젤’은 귀족 청년 알브레히트가 약혼녀가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시골 처녀 지젤에게 사랑을 약속하면서 시작된다. 배신당한 지젤은 미치고 죽음에 이른다. 이번 내한 공연엔 POB 에투알 5명이 함께한다. 국내에도 팬이 많은 도로테 질베르는 “발레리나마다 ‘나만의 지젤이 있다’고 할 만큼 표현력을 요구하는 배역”이라며 “15년 전 내가 해석한 지젤과 오늘의 지젤은 다를 것”이라고 했다.

발레와 육아를 병행하며 최고 자리를 지키는 비결을 묻자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발레는 수명이 짧은 예술이고 은퇴 후에도 삶은 지속된다. 일과 가정의 조화가 중요하다. 용기가 필요했지만 겪어 보니 풍요로운 삶을 갖는 게 작품 해석과 감정 표현에 큰 도움이 됐다.”

1669년 창단한 POB는 파리에서 해마다 190회쯤 공연하며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다. 차세대 스타로 주목받고 있는 발레리노 기욤 디옵은 알브레히트 역으로 질베르와 호흡을 맞춘다. 강호현은 “30년 만의 내한에 한국 무용수로 함께하게 돼 영광”이라며 “다음에는 박세은, 윤서후와 함께 한 무대에서 관객과 다시 만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이 3월 8~11일 공연하는 낭만 발레 '지젤' /LG아트센터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