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농구 부산 BNK썸은 지난달 27일 부천 하나원큐를 잡고 남은 1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정규리그 2위를 확정했다. 2019년 창단 이후 최고 성적. BNK는 작년 11월엔 창단 이후 최다인 첫 6연승 기쁨도 맛봤다.
2019-2020시즌 5위, 다음 해엔 최하위 6위로 고전하던 BNK는 2021년 감독 교체를 단행했다. 여자 농구 레전드 박정은(46) 감독이 소방수 역할을 맡았다. 박 감독은 1994년부터 20년간 삼성생명에서만 뛰며 프로 출범 이전 농구대잔치에서 2회 우승했고, 챔피언결정전에선 5차례 정상에 올랐다. 그의 등번호 11번은 삼성생명의 영구 결번이다. 박 감독은 BNK 지휘봉을 잡은 첫 시즌인 2021-2022시즌에는 4위로 창단 후 첫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고, 올 시즌엔 순위를 더 끌어올렸다.
비결은 박 감독의 ‘맞춤형 과외’다. 박 감독은 최근 통화에서 “선수 각자의 강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르게 지도한 게 시너지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각자의 개성을 살렸다는 것이다.
박 감독이 처음 팀을 맡았을 때 본 선수들은 저조한 성적에 위축된 상태였다. 박 감독과의 면담에서 ‘나는 팀에 도움이 안 되는 선수’ ‘실력이 없다’며 우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박 감독은 “선수들 모두 각자의 잠재력이 보였다. 다만 본인이 무엇을 잘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각 선수에 맞는 처방을 내렸다. 슛을 잘하는 선수에겐 다양한 위치에서 연습을 시켰고, 시야가 좋은 이들에겐 간결하고 빠르게 공을 주라고 강조했다. 박 감독은 꼼꼼하게 동작을 짚어 줬고 면담 시간을 늘려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스스로 고민해야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믿음 때문이다.
박 감독의 지도 아래 BNK는 ‘스페셜리스트’ 팀으로 거듭났다. 이소희는 3점슛(75개), 진안은 리바운드(경기 평균 10.52개), 안혜지는 도움(평균 9.07개)이 각각 리그 1위다. 박 감독은 “리바운드, 패스가 돼야 득점도 하는 법이다. 선수들 모두에게 고맙다”며 “부족한 점들을 보완해 챔피언결정전에 가겠다”고 말했다. 2위 BNK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3위 삼성생명과 챔피언전 진출을 놓고 겨룬다. 1위 우리은행은 4위 신한은행과 맞대결을 치른다. 삼성생명(16승13패)은 신한은행(16승14패)이 1일 우리은행에 59대78로 패하며 3위를 확정했다. 삼성생명이 남은 1경기에서 져 신한은행과 동률이 되어도 상대전적에서 신한은행에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