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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까지 떨어졌다. 작년 6월 기록한 9.1%와 비교하면 인플레이션이 해소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물가 목표인 2%로 가는 길은 여전히 험난해 보인다. 지정학적 갈등이나 기후변화가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을 포함한 세계 주요국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했는데, 물가를 잡지 못하고 경기가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향후 경제 전망에 대해 경제학계 거물로 꼽히는 제프리 색스(69) 미 컬럼비아대 석좌교수는 WEEKLY BIZ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미국 물가 상승률은 (목표치인) 2% 아래로 매끄럽게 내려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제 정세를 둘러싼 악재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색스 교수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중국을 봉쇄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도 “세계화를 후퇴시켜 글로벌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했다.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과 빈곤 종식을 연구해온 색스 교수는 뉴욕타임스에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학자”라는 찬사를 들었다. 코피 아난·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의 특별 자문관을 맡았고, 현재 유엔(UN) 지속가능발전 네트워크의 대표를 맡고 있다. 선진국과 후진국이 함께 잘살 해법을 다룬 ‘빈곤의 종말’을 썼다.
“인플레 종식 막는 3대 악재 있다”
색스 교수는 “연준이 앞으로도 추가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미국 물가 상승률이 계속 3~6% 수준을 오갈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쉽게 일단락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이유로 그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 미국과 중국의 갈등, 그리고 엘니뇨라는 3가지 커다란 악재 때문”이라고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상승한 밀과 옥수수를 비롯한 국제 곡물 가격이 장기간 높은 상태에 머물러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도 글로벌 공급망이 팬데믹 이전처럼 순조롭게 굴러가는 데 방해가 되고 있다. 엘니뇨로 인한 가뭄과 홍수는 세계 각지의 농산물 생산량을 줄여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 색스 교수는 “(미·중 갈등 격화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더 나빠진다면 자산 가격 하락 등 부정적인 결과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팬데믹 당시 시중에 자금을 과도하게 푼 것 역시 문제였다고 색스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연준이 지나치게 많은 통화량을 공급한 여파로 지금까지도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색스 교수는 “금리가 오르면 채권을 많이 보유한 실리콘밸리은행 같은 금융기관이 어려워진다는 건 쉽게 예상 가능했다”며 “금융 당국이 자금 여력이 나빠지더라도 버틸 수 있는지 점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제대로 진행했다면 이러한 위험을 찾아내 대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 봉쇄하면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차질”
색스 교수는 세계 경제의 안정을 위해 미·중 갈등도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현재 미국이 동맹국들을 동원해 중국과 러시아에 맞서면서 과거 냉전과 같은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 경제에 여러 가지 큰 재난과 같은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며 “중국을 봉쇄하려는 것은 신중하지 못하고, 위험하며, 경솔하고, 비윤리적인 정책”이라고 했다.
색스 교수는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와 같은 강압적인 경제정책으로는 지정학적인 긴장을 해소할 수는 없다”며 “과거 냉전 시대와 같은 국제 정세가 펼쳐질 경우 어떤 나라도 이득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대립적인 국제 관계가 세계화를 후퇴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중국은 미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이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수출은 전체 수출에서 7.5%를 차지해 캐나다(17.2%)와 멕시코(15.7%)에 이어 셋째로 많았다. 중국에서의 수입은 전체 수입의 17.1%로 가장 많았다.
색스 교수는 “중국을 고립시키면 친환경 에너지 전환 속도를 늦추게 될 것”이라고 했다. 태양광이나 전기차·배터리 산업에서 중국 기업의 비율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 낮춰야 스태그플레이션 해소”
색스 교수는 양안 갈등이 극도로 위험한 순간을 맞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대만을 둘러싼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군사적인 충돌이 핵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미·중 갈등이 극도로 심해지면 결국 일본과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긴장이 해소된다면 세계가 더욱 안전해지고 스태그플레이션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며 “평화와 협력이 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최고의 해결책”이라고 했다.
색스 교수는 “이상 기후로 인한 전 세계적인 홍수·가뭄이나 저개발 국가 빈곤 문제 같은 ‘진짜 적’과 싸워야 한다”며 “보편적인 디지털 접속과 의료 지원처럼 인류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색스 교수는 이상 기후나 빈곤과 같은 공통적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한국과 중국, 일본은 세계적인 기술 강국”이라며 “세 국가가 협력한다면 탈탄소 에너지 전환에서 핵심적인 기술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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