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불거진 ‘계파 논쟁’이 이번엔 ‘김종인 상왕정치’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나경원·주호영 후보는 그동안 예비경선을 1위로 통과한 이준석 후보가 ‘유승민계’로 당 대표가 되면 공정한 대선 경선 관리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이번엔 이 후보 뒤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있어 ‘상왕 정치’를 할 수도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 것이다. 이 후보는 2012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에 김종인 전 위원장과 함께 비대위원으로 참여했었다.

나 후보는 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회자가 ‘이준석 뒤에 유승민이 아니라 김종인이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하자 “두 분 다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김 전 위원장은 당 대표 선거 시작할 때 초선 (당대표) 이런 얘기를 했고, 이후 이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을 모시고 오겠다는 말을 했다”며 “결국은 우리가 김 전 위원장의 상왕정치를 보게 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한다”고 했다. 주 후보도 본지에 “세대 교체를 주장하는 분(김 전 위원장)이 이렇게 (당대표 선거에) 간섭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상왕정치가 될 여지가 다분하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당대표 선거전 초반부터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당이 아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면 초선 의원을 당대표로 세우는 것도 방법”이라며 신진들의 도전을 적극 지원해왔다. 특히 지난 3일 경북대학교에서 가진 특강에선 이 후보 돌풍과 관련해 “국민의 선호를 무시할 수 없다”며 “시대가 변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도움을 요청할 경우 도울 것인가’란 질문엔 “대표가 되면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원론적인 답변으로 피해갔다. 이 후보는 지난 1일 MBN을 통해 방송된 후보 토론회에서 ‘당대표가 되면 김종인 전 위원장을 재영입하겠는가’란 OX식 질문에 당 대표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O’를 들기도 했다.

이 후보는 ‘김종인 상왕정치’ 논란과 관련해 본지에 “(김 전 위원장 외에) 다른 원로들과도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며 “(상왕정치 공세가) 정말 유효한 전략이라고 (다른 후보들이) 생각하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