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龍)을 제 문화의 대표 상징으로 삼으니 이 전설 속의 동물은 아무래도 중국인에게는 으뜸이다. 그다음으로 잇는 동물도 여럿이다. 우선 호랑이(虎)가 있다. 둘을 이어 용호(龍虎)라고 하면 대단한 성어부터 떠오른다.
영화 제목으로도 잘 알려진 용쟁호투(龍爭虎鬪)나 용호상박(龍虎相搏) 등이다. 꼭대기에 있는 두 존재가 주도권을 손에 쥐기 위해 서로 싸우는 상황 등을 가리킨다. 숨어 있는 인재를 뜻하는 와호장룡(臥虎藏龍)도 비슷한 맥락이다.
용이나 호랑이 모두 대단한 인물을 지칭한다. 게다가 봉황새의 봉(鳳)까지 덧대면 더 그럴싸하다. 이른바 용호봉(龍虎鳳)이다. 권력과 존귀함의 용, 용맹과 힘의 호랑이, 아름다움과 행복의 봉황이다. 모두 중국인의 희구를 담은 상징이다.
거북이 또한 장수(長壽), 실재하지 않았던 기린(麒麟)은 상서로움을 뜻한다. 코끼리 또한 그 한자인 상(象)이 좋은 징조의 상(祥)과 같다고 해서, 박쥐는 한자 편복(蝙蝠)이 복(福)을 뜻한다고 해서 특별한 동물로 대우받는다.
그에 비하면 개미는 중국인에겐 참 보잘것없는 동물이다. 중국에서는 흔히 마의(螞蟻)라고 적는데, 기껏해야 은혜를 알아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곤충쯤의 대접이다. 그래서 개미가 등장하는 언어 풍경은 대개가 초라하다.
“펄펄 끓는 솥 위의 개미(熱鍋螞蟻)”라는 말은 지독하게 군색한 입장에 빠진 누군가를 지칭한다. 우리말 ‘허둥지둥하다’와 거의 동의어다. 그러나 중국의 그 개미가 큰 히트를 친 적이 있으니, 주인공이 바로 마윈(馬雲)의 ‘개미그룹(螞蟻集團)’이다.
민간이 일궜던 중국의 가장 대표적인 인터넷 상거래 업체다. 당국의 견제로 일선에서 물러났던 창업자 마윈이 최근에는 지배권을 완전히 잃었다고 한다. 잠깐의 개미들 시대가 덧없이 저물었음을 알린다. 뜨거운 솥 위에 올라선 중국 개미들의 행보가 또 어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