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연합(EU)에 20%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기로 발표한 다음 날인 3일 에마뉘엘 마크롱(앞줄 왼쪽) 프랑스 대통령이 대미(對美) 수출 기업 인사들과 관계 부처 담당자들을 관저인 엘리제궁으로 긴급 소집해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항공우주·제약·패션 등 프랑스의 주요 수출 분야 대표들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 마크롱은 미국의 관세가 “잔인하고 근거 없는 결정”이라며 “당분간 프랑스 기업이 미국 투자를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AFP 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10일부터 미국에서 수입되는 모든 상품에 대해 34%의 보복관세를 부과한다고 4일 발표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 각국을 상대로 발표한 상호 관세의 일환으로 중국산 수입품 전체에 34%의 관세를 부과하자 같은 수준의 관세로 보복에 나선 것이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의 조치는 국제무역의 룰을 위반하는 것으로, 중국의 정당한 권익을 심각히 침해하는 일방적 괴롭힘”이라고 비판했다. 노무라증권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루팅은 “2018년 이전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율은 약 3%였고, 트럼프 첫 임기 중에 평균 8%가 추가됐다”면서 “트럼프 2기에 추가된 관세를 합하면 현재 관세율은 65%에 이르는 수준”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상호 관세 발표 직후 각국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보복관세를 비롯한 맞불 조치를 거론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한 나라도 있지만, 일부 국가는 미국과 관계 때문에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고심하는 모양새다.

강경 대응을 예고했지만 중국으로선 해외로 생산 기지를 확장하려던 전략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중국 기업들은 트럼프의 첫 임기에 미국과 무역 분쟁이 본격화하자 미국의 관세 공격을 피해 베트남 등으로 생산 기지를 이전했다. 그러나 돌아온 트럼프가 이 국가들에도 높은 상호 관세를 매기자 ‘도피처’가 사라진 것이다. 경제 매체 차이신은 “미국이 향후 멕시코 등에 대해서도 2차 관세를 부과할 수 있어 중국 기업들의 우려가 커진 상황”이라고 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밴쿠버의 한 포드 대리점에 신차가 전시돼 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목요일 캐나다도 캐나다-미국-멕시코 협정(CUSMA)을 준수하지 않는 미국에서 수입되는 모든 차량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미국의 접근 방식에 맞춰 대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신화 연합뉴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도 3일 “미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간 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한 캐나다는 이번 국가별 상호 관세에서는 제외됐지만, 트럼프가 외국산 자동차에 부과한 25% 품목별 관세에 맞불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카니는 “미국 시민들에게 미칠 충격을 감안해 미 정부는 결국 정책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 투자 유보를 촉구했다. 마크롱은 대미(對美) 수출 업계 대표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상호 관세를 “(동맹국에 대한) 잔인하고 근거 없는 결정”이라고 비판하며 “미국 투자는 미국과 (관세)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보류해야 한다”고 했다.

이 자리에는 항공우주·화학·와인·자동차·제약·패션 등 프랑스의 주요 수출 분야 대표가 모두 나왔다. 프랑스의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470억유로(약 75조원) 규모로, 국내총생산(GDP)의 약 1.6%에 이른다. 마크롱은 “유럽인이 하나가 돼 통일되고 균형 잡힌 대응으로 미국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응 방법에 대해선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며 EU(유럽연합)를 통해 보복관세,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디지털세 부과, 금융 제한 조치 등이 따를 수 있음을 시사했다.

가장 난처한 입장에 빠진 나라는 일본이다. 안보와 경제에서 절대적인 동맹국인 미국과 대립하는 것은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무토 요지 일본 경제산업상은 보복 관세 가능성에 대해 “솔직히 어렵다”며 “모든 수단 가운데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지 냉정하게 판단하고 싶다”고 말했다. 무토 경제산업상은 “(상호 관세 대상 국가에서) 일본이 제외되지 않은 데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자민당 정무조사회장도 “일본이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고 믿었고, 미국도 그렇게 믿어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대 대미 투자국’인 일본을 예외적으로 대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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