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상승 폭은 먹거리 소비가 많은 5월 가정의 달에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코카콜라음료·매일유업·하림 등 주요 식품 업체들이 이달 들어 사이다(스프라이트)·기능성 음료(파워에이드)·커피·핫바 등 가격을 인상했고 매머드커피와 천씨씨커피 등 저가 커피 브랜드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또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이란 정국 혼란 속에 물가 관리의 사령탑 역할을 맡는 경제부총리의 공백도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정부는 물가 관리에 비상등이 켜진 경우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 품목별 전담 부처가 가격을 인상하려는 식품업체들에 “한동안 인상을 자제해달라”는 식으로 비공식적으로 개입해왔다. 그런데 물가 관리 컨트롤타워인 경제부총리 사퇴로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이 직무대행을 맡으면서 리더십이 흔들리게 된 것이다.
기재부는 4월 소비자물가 동향이 나온 지난 2일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민생과 밀접한 주요 품목의 수급·가격 변동 및 유통 상황을 상시 점검하고 필요시 신속히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교육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 ‘대대대행 체제’에서 정부의 ‘말발’이 먹히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 식품 업체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가격 인상 요인이 있었는데도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을 받아들였던 업체들이 최근 국정 혼란 속에 잇따라 가격을 올리는 분위기”라며 “새 대통령이 확정되는 내달 초까지 가격 인상 러시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우유 업계 1위인 서울우유도 1일부터 초코우유·딸기우유·커피우유 등 54개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7.5% 인상했다. 다만 농림축산식품부의 감독을 받는 낙농진흥회가 국내산 원유(原乳) 가격을 동결하기로 하면서 흰 우유 가격은 인상 대상에서 제외했다. 서울우유 측은 “글로벌 식품 원료의 경우 코코아 가격은 약 3배, 커피 원두는 2배 이상, 과즙 원료는 약 20% 폭등했다”며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변동 등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부득이하게 가격을 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매일유업도 이달 들어 편의점 커피와 초콜릿 드링크 가격을 100~200원씩 올렸고 해태htb도 갈아만든배·포도봉봉 등의 편의점용 캔 제품을 100원 인상했다. 팔도도 비락식혜 500㎖들이 제품가를 200원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