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에서 2018년 방송한 드라마 ‘나의 아저씨’ 대본집이 ‘종영 직후, 여성 시청자를 타깃으로 판매한다’는 기존 대본집 판매 공식에 균열을 냈다. 종영한 지 4년 된 드라마지만 예약 판매로만 1만부를 팔아치웠다. 출간과 동시에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4위를 기록했다. 드라마 대본집은 여성 구매 비율이 70~80%에 달하는데, 이 책은 남성 구매자가 절반 이상(55%)이다.
아이유와 이선균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의 최고 시청률은 7.4%로 평범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인생 드라마’로 꼽은 열혈 팬층이 두꺼웠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흔들리는 중년 남성 이선균에게 감정이입했던 남성 시청자가 책 구매에 나섰다고 본다”고 했다. 예스24는 “올해 출간된 드라마 대본집 중 판매량 1위인 ‘그해 우리는’ 다음으로 판매량이 많다”고 했다.
이 드라마는 방영 이후로도 넷플릭스에서 꾸준히 인기를 누렸다. “모든 건물은 내력(內力)과 외력(外力)의 싸움이야.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있으면 버티는 거야” “네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네가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같은 명대사가 공유됐다.
대본집을 펴낸 최동혁 세계사 대표는 “‘인생 드라마’가 ‘인생 책’이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단순히 대본만 옮긴 것이 아니라 추가 일러스트, 작품 뒷이야기, 배우·감독 인터뷰 등을 추가한 ‘작품집’으로 기획했다”고 했다.
드라마 대본집을 ‘굿즈’처럼 구매하는 시청자는 최근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예스24는 “대본집 판매량이 2020년 1분기와 비교했을 때 2021년 1분기에는 두 배, 2022년 1분기에는 열 배로 늘어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