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가 폭락한 5일(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 입회장의 한 트레이더가 시세판을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세계 경제가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실물 경기 둔화, 미국의 급격한 통화 긴축 등으로 충격을 받으면서 장기 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원자재 공급망 마비로 전 세계가 고(高)물가로 신음하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지난 4일(현지 시각)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긴축 정책의 속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5일(현지 시각)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빅스텝’의 영향으로 한때 3.1%를 넘어서며 2018년 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리 상승세가 두드러지며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이날 4.99% 폭락했다. 다우평균은 3.12%, S&P500은 3.56% 추락했다. 아시아 증시도 대부분 하락했다. 6일 코스피가 1.23%, 코스닥이 1.76% 내렸다. 홍콩 항셍지수(-3.81%), 상하이종합지수(-2.16%)도 급락했다.

경기 회복 둔화도 뚜렷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 1월에 4.4%로 전망했던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지난달에 3.6%로 대폭 낮췄다. 미국(4%→3.7%), 중국(4.8%→4.4%), 일본(3.3%→2.4%), 한국(3%→2.5%) 등 주요국 전망치가 일제히 하향 조정됐다.

경기 위축과 금융 시장 불안으로 안전자산인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급등(원화 가치 하락)하고 있어 한국 경제에는 위기감이 더 커지고 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말하는 달러 인덱스는 6일 한때 104를 넘어 2002년 이후 20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6.4원 오른 1272.7원으로 마감하면서 원화 가치가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 수입 물가가 올라 인플레이션을 더 악화시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