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전보다 더워지면서 예전 같으면 한여름에나 나타났을 모습이 9월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폭염이 한풀 꺾이면서 ‘가을 모기’가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한여름엔 높은 기온과 적은 강수량 때문에 맥을 못 춘 모기가 기온이 떨어지면서 살기 좋은 환경이 됐다는 것이다. 또 일사량이 많은 여름철에나 발령되던 오존주의보도 최근에는 9~10월까지 이어져 주의가 필요하다.
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폭염이 기승을 부린 올해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전국에서 채집된 모기는 평년보다 적거나 약간 많은 수준에 그쳤다. 폭염으로 모기가 알을 낳을 물웅덩이까지 말라버린 탓이다. 모기가 생존하려면 기온이 27도 안팎에 머물면서 주기적으로 비가 내려 물웅덩이가 생겨야 한다. 그런데 올해는 7월 말 장마가 끝난 뒤 8월에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 여기에 낮 최고 35도 안팎으로 기온이 높은 날이 이어졌다. 기온이 높으면 모기 체온도 같이 올라가 대사 작용이 과도하게 활발해지고 수명도 단축된다.
그런데 최근 더위가 한풀 꺾이고 산발적인 비가 내리면서 전국 곳곳에서 모기 개체 수가 다시 늘어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 모기 예보에 따르면 빗물 펌프장, 하천 등 수변부를 기준으로 지난달 25일 68.5(최대 100)까지 떨어졌던 모기 지수가 지난달 31일부터 4일까지 5일 동안 100을 유지하고 있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석좌교수는 “모기는 원래 7~8월에 가장 활동이 활발한 곤충이지만 최근엔 여름이 너무 더워 활동이 주춤해졌고 가을이 다가오면서 다시 활발해지는 양상을 보인다”며 “앞으로는 여름 모기보다 가을 모기가 더 일반적인 현상이 될 것”이라 말했다. 실제 최근 3년간 모기 수는 8월 대비 9월에 평균 39% 증가했다.
‘가을 오존’에도 대비해야 한다. 지표 근처에 기체 상태로 존재하는 오존은 기온 25도 이상, 상대습도 75% 이하, 풍속 초속 4m 이하의 맑고 건조한 날씨에 급격히 늘어난다. 최근 가을치곤 높은 기온에 여름보단 낮은 습도의 맑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어 오존이 잘 형성될 조건이 갖춰졌다. 작년에도 서울은 9월 중순, 전남 여수는 10월까지 오존주의보가 내려졌다. 오존은 고농도에 노출될 경우 눈을 자극하고 폐와 심장에 손상을 줄 수 있다. 미세 먼지와 달리 마스크로 차단할 수 없고 자외선 차단제도 무용지물이다. 오존 농도가 높은 날은 오존 생성이 활발한 자동차 배기구나 공사장 근처에 가지 않고 외출을 최대한 삼가는 것이 좋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5~8월 서울의 오존 평균 농도는 0.044ppm으로 2000년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 최근 10년 새 오존주의보 발령일수는 10배 이상이 됐다. 2015년에는 한 해를 통틀어 3일에 불과했지만, 올 들어서는 8월까지 벌써 31일을 기록했다. 서울시는 “올해는 9월에도 햇빛이 강하고 기온이 높아 고농도 오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