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혁 남대문경찰서장이 1일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시청역 역주행 교통사고 종합 수사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1일 9명이 숨진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와 관련, 경찰은 가해 차량 운전자 차모(68)씨의 ‘운전 미숙’이 사고 원인이라고 1일 밝혔다. 차씨는 사고 직후부터 줄곧 자신이 몬 제네시스 G80(2018년식)의 ‘급발진’을 주장해 왔지만 경찰은 “차씨가 사고 당시 최대 99%까지 가속(최고 시속 107km) 페달을 밟았고, 차량 결함은 없었다”며 “브레이크와 액셀을 혼동한 것 같다”고 했다.

류재혁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은 이날 오전 수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피의자 주장과 달리 운전 조작 미숙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사고 기록 장치(EDR) 분석 결과 브레이크는 사고 5초 전부터 발생 때까지 작동하지 않았다. 반면 액셀을 최고 99%까지 밟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풀 액셀’을 밟았다는 것이다.

류 서장은 “피의자가 액셀을 ‘밟았다 뗐다’ 반복한 것으로 기록됐다”며 “사고 당시 피의자가 신은 오른쪽 신발 바닥에서 액셀의 무늬가 발견됐다”고 했다. 경찰은 사고 당시 차씨의 차가 행인들을 덮친 뒤 소나타·BMW 차와 부딪친 뒤에야 브레이크를 밟은 기록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는 차씨의 차가 시청역 12번 출구 앞 교통섬에 멈춰 설 때 보조 브레이크등이 들어온 감시 카메라 영상과도 일치하는 조사 결과다.

류 서장은 “피의자는 순간적으로 두 차례쯤 액셀을 밟았다 뗀 것으로 기록됐는데, 사고 발생 전 5초 중 약 4초 동안은 줄곧 ‘풀 액셀’을 밟은 셈”이라고 했다. 하지만 차씨는 이러한 조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호텔 주차장 출구 약 7~8m 전부터 ‘우두두’ 소리와 함께 브레이크가 딱딱해져 밟히지 않았다”며 차량 결함과 급발진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피의자 진술 외에 이를 뒷받침할 증거는 없다”고 했다.

차씨는 사고 당시 세종대로 18길을 역주행하면서 오른쪽 차도가 아닌 왼쪽 인도 쪽으로 방향을 틀어 여러 사상자를 낸 이유에 대해 “가드레일을 들이받으면 속도자 조금 줄어들지 않겠냐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또 차가 인도로 돌진할 때 행인들을 보지는 못했다고 한다. 피해자와 유족 전원은 차씨 처벌을 원하고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이날 차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업무상 과실 치사상)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지난 7월 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부근에서 한 남성이 몰던 차가 인도로 돌진해 최소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의 가해 차량이 현장에서 견인되고 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