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의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이 부패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최측근으로 꼽히던 아니발 토레스 총리가 취임 5개월여 만에 사표를 던졌다. 정권 출범 뒤 1년 사이 네 명의 총리가 사임하면서 페루 정국은 극심한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변호사 출신인 토레스 총리는 지난 3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개인적인 이유로 사직한다”며 “내 친구 카스티요의 성공을 기원한다”고 썼다. 그러자 카스티요 대통령은 5일 “총리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총리의 사임 의사를 대통령이 거부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앞서 지난해 7월 카스티요 대통령이 취임한 뒤 지난 1년여간 세 명의 현직 총리가 물러난 바 있다. 기도 베이도 첫 총리는 국회와 극심한 갈등을 빚다 2개월여 만에 경질됐다. 이어 임명된 미르타 바스케스 전 총리는 올해 2월 대통령의 부패 척결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며 그만뒀다. 이후 취임한 엑토르 발레르 총리는 가정 폭력 논란으로 일주일도 버티지 못하고 낙마했다. 혼돈에 빠진 정국을 수습하기 위해 등판한 최측근 토레스 총리조차 부패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사임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대선에서 우파 진영에 신승을 거두고 집권한 좌파 카스티요 정권이 부패 스캔들로 최악의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골 교사 출신인 카스티요는 대선에서 청렴한 이미지를 앞세워 집권에 성공했지만, 취임 후 본인과 측근의 부패 의혹이 불거졌고, 검찰에서 5건의 범죄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 두 차례나 탄핵 위기에 몰리는 등 정치적 입지가 불안한 상황이 이어졌다. 최근 일간 엘코메르시오가 의뢰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4%가 카스티요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