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지난 29일 “선거는 이겨 놓고 하는 것이고 선거운동 기간은 승리를 확인하는 기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늘을 쳐다봤더니 박근혜(전 대통령 득표율)보다 큰 숫자가 내려오는 걸 보기도 했다”고 했다.
각종 대선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국민의힘을 비롯한 다른 후보들을 큰 격차로 앞서 있다. 이대로 가면 대선 승리는 뻔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렇다 해도 후보와 정당은 겸허하게 유권자 앞에 정책을 설명하고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 선거는 누구를 위한 요식행위가 될 수 없고, 돼서도 안 된다.
민주당은 그동안 정부와 법원·검찰·감사원을 수시로 압박하며 점령군 같은 행태를 보여 왔다.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 상고심 선고와 관련해 민주당은 “대선에 관여하지 말라”고 대법원을 공개 비난했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판결을 한 판사에 대해선 “징계하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 등 비리를 감사한 감사원에 대해선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엔 “아무 일도 하지 말라”고 했고, 한덕수 권한대행에겐 “대통령 기록물을 지정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 후보는 6대 시중은행장을 모두 불러 모아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조국 전 의원에 대해 “새 정권이 들어서면 반드시 사면하고 복권된다”고 했다. 대선 승리를 염두에 두고 임기 개시 후 60일간 국정인수위원회를 설치하는 법안과 지역 화폐 증액안도 냈다. 반면 정치권 원로·단체, 국민 다수가 원하는 대선 전 개헌 논의는 사실상 반대했다. 당내 후보 경선 토론회도 두 차례에 그쳤다. 대선에 변수가 될 만한 일은 모두 피하면서 승리를 굳히겠다는 생각뿐인 듯하다.
하지만 대선까지는 한 달 이상 남았다. 앞으로 공약 발표와 후보 토론회도 이어질 것이다. 국민은 이를 모두 본 뒤 판단할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엔 이 모든 과정이 귀찮은 통과의례인가. 정당과 정치인은 어떤 경우에도 국민 앞에 겸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