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6일 만의 귀환이었다. 오후 5시57분쯤 미국 플로리다 앞바다에 내려앉은 우주 캡슐이 배 위에 안착하자, 우주비행사 수니 윌리엄스(59)와 부치 윌모어(62)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18일 미 항공우주국(NASA)과 스페이스X가 생중계한 영상이다. 이들은 이날 오전 1시 5분쯤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떠나 17시간 비행 끝에 지구에 왔다. 우주 캡슐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은 수척했지만 얼굴엔 환한 웃음이 가득했다.
본래는 8일 여정이었다. 애초 두 사람은 보잉사의 우주 캡슐 스타라이너를 타고 ISS로 향하는 시험비행을 마친 뒤 돌아올 예정이었다. 캡슐에 기술적 결함이 발견되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NASA는 스타라이너에 이들을 다시 태우지 않고 무인 상태로 돌아오게 했고, 두 사람은 9개월이나 ISS에 머물러야 했다.
8일짜리 출장이 9개월로 늘어난다면, 그것도 우주 한복판에서만 지내야 한다면 화가 치밀 법하다. 실제로 아홉 달 동안 우주 생활을 견디면서 두 베테랑 우주비행사의 몸은 쇠약해졌다. 중력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우주 공간에 머물면 몸은 큰 변화를 겪는다. 3~6개월씩 머물 경우 근육량은 최대 30% 줄어들고, 뼈 골밀도는 매달 1%씩 감소한다. 살짝만 다쳐도 뼈가 부러질 수 있다. 우주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도 문제다. 우주 방사선 양은 지구의 10배가량이다. 백내장에 각종 암, 뇌 손상까지 겪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려면 4년가량 걸린다고 했다. 이쯤 되면 NASA와 소송을 해도 모자랄 지경이다.
윌리엄스와 윌모어의 생각은 그러나 달랐다. 그들은 “기회가 주어지면 또다시 우주로 가겠다”고 했다. “우리는 우주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다. 생각해볼 것도 없다.”
우주에 대체 무엇이 있기에 이럴까. 처음엔 첨단 기술을 경험하는 희열, 우주개발로 얻는 경제적 이익 정도만 떠올렸다.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1994년에 쓴 책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을 들추다 뜻밖의 답을 찾았다. 우주탐사선 보이저 2호는 1990년 2월 해왕성 궤도 밖에 도달해 그곳에서 지구를 촬영했다. 그 사진을 보고 칼 세이건은 썼다. “이 점을 다시 한번 보라. 저곳이 우리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 알고 있는 모든 사람, 존재했던 모든 사람이 저 작은 점 위에서 살아왔다.”
세이건의 이 문장은 단순히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가 아스라히 멀고 몹시 작게 보인다는 뜻을 넘어선다. 저 푸른 점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갈 유일무이한 곳임을 일깨운다. 이 작은 점 안에서 서로 미워하고 다툴 이유가 없다고 속삭인다. 세이건은 또한 썼다. “그것은 우리가 서로에게 더 친절해야 할 책임, 우리가 아는 유일한 집을 소중히 지킬 책임이 있음을 상기시킨다.”
NASA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지금도 인류 최초로 달 궤도에 진입했던 유인우주선 아폴로 8호에서 세 우주비행사가 1968년 12월 21일에 보내온 음성 메시지를 들을 수 있다. “메리 크리스마스, 선한 지구 위에 있는 모든 이에게 하나님 축복이 함께하길 빕니다.” 인류가 처음으로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며 말을 건 순간이다. 1968년은 전쟁과 폭동, 암살로 혼란했다. 그 암울한 해의 끝자락, 달에서 날아온 음성이 전 세계 사람들을 울렸다. 달 궤도에서 바라본 지구는 ‘선한 땅’이었다.
우주로 가야 하는 진짜 이유는 결국 이것 아닐까. 몇 백 광년 떨어져 지구를 바라볼 때, 우린 지구와 인간, 생명을 더 정확히 알고 이해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선 이곳의 갈등과 분열이 극심할수록, 극단의 목소리가 가득할수록, 우린 우주로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