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39·KIA)는 프로 통산 342홈런을 친 거포다. 그런 그가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번트 안타를 성공시켜 팀의 3연승을 이끌었다.
무대는 6일 대전 한화전이었다. 2회 KIA 선두타자 박동원이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한 뒤 최형우가 타석에 섰다. 한화 내야진은 3루를 비워놓고 최형우에 맞춰 우측으로 치우친 수비 시프트를 가동했다. 그런데 최형우가 방망이를 번트 자세로 잡더니 한화 선발 김민우의 초구 직구를 가볍게 툭 건드렸다. 공은 아무도 없는 3루 방향으로 굴러갔고, 한화 수비진이 얼어붙은 사이 최형우는 1루 베이스를 밟았다. 그가 1839경기 7807타석 만에 데뷔 첫 번트 안타를 성공시키는 순간이었다.
이 번트 안타는 경기 흐름을 완전히 바꿨다. 계속된 무사 1, 2루 기회에서 KIA 소크라테스의 유격수 땅볼 타구를 한화 하주석이 놓치면서 선취점이 나왔다. 이어 황대인이 좌월 3점 아치를 그려 KIA가 단숨에 4-0로 달아났다. 승기를 잡은 KIA는 한화에 13대2 완승을 거두며 3연승을 달렸다.
KT는 잠실에서 박병호(36)의 시즌 8·9호 연속 아치에 힘입어 두산을 6대0으로 완파했다. 박병호는 세 번째 타석이었던 6회초 무사 1루에서 두산 선발 투수 곽빈의 2구째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이어 선두 타자로 나온 8회초엔 윤명준의 초구 커브를 받아쳐 좌월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두 방 모두 비거리는 115m였다. 올 시즌 KT로 이적한 박병호의 첫 멀티 홈런이다. 시즌 9호포를 날린 박병호는 한동희(롯데·7개)를 제치고 홈런 부문 단독 선두가 됐다.
부산에선 삼성이 원태인의 8이닝 무실점 호투를 앞세워 롯데를 5대0으로 완파하고 3연승을 달렸다. 원태인은 공 104개로 삼진 4개를 솎아내며 시즌 2승(1패)째를 수확했다. 롯데 팬들은 2019년 5월 이후 3년 만에 사직 야구장을 가득 메웠지만 타선의 침묵으로 아쉬움을 삼켰다.
키움은 고척 홈에서 SSG를 9대2로 누르고 2연패에서 벗어났다. 키움 선발 정찬헌은 6이닝 1실점하며 시즌 3승(1패)째를 신고했고, 전병우(4타수 2안타 1홈런 4타점)와 송성문(4타수 2안타 3득점)이 타선에서 맹활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