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 인용을 결정하면서 내란 행위에 대해 위법하다고 판단하자, 법조계에서는 “내란 혐의 형사재판에서 다툴 내용을 헌재가 미리 판단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호선 국민대 교수는 “대통령의 내란죄 형사재판에서 다룰 계엄군 국회 투입이나 선관위 서버 확보 시도 등을 헌재가 사실로 인정하고, 사실상 위법 행위로 판단했다고 본다”며 “이는 형사재판에 영향을 미치고 재판 결과를 예단하게 하는 것으로, 헌재 권한을 벗어났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어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법리적인 면에서 두고두고 문제가 될 정치적 판결”이라고 했다.
헌재는 이날 윤 대통령이 국회와 중앙선관위에 병력을 투입한 행위 등을 지적하면서 위헌·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한 전직 헌법재판관은 “비상계엄 당시 행위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인 언급이 있었다”며 “‘전 대법원장, 전 대법관을 체포할 목적으로 위치 확인에 관여해 사법권 독립을 침해했다’ ‘끄집어낼 대상은 국회의원이라고 해석될 수밖에 없다’ 등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을 굳이 왜 언급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탄핵 심판 청구와 같은 사유로 형사소송을 진행할 경우 탄핵 절차를 멈춰야 했다는 의견도 있다. 황도수 건국대 교수는 “‘내란’ 여부는 형사재판에서 사실관계가 확정된 뒤 탄핵 심판을 진행하는 게 맞는다”며 “헌재가 법을 무시하고 결론 낸 것”이라고 했다. 헌법재판소법이 ‘탄핵 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 재판부는 심판 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헌재는 작년 4월 ‘고발 사주’ 의혹으로 재판을 받던 손준성 검사장에 대한 탄핵 심판 절차를 정지한 바 있다. 한 법조인은 “대통령 탄핵 심판을 대법원 확정판결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었겠지만, 막 시작된 재판에서 다룰 내용을 헌재가 세세하게 언급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
반면 탄핵 여부를 가리려면 내란 관련 행위에 대해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상희 건국대 명예교수는 “‘국회의 기능을 무력화하려 했다’는 헌법 위반 행위에 대한 판단은 당연히 해야 하는 문제”라고 했다.
형사재판에선 탄핵 심판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창현 한국외대 교수는 “형사재판에서 내란죄는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형사재판부가 헌재와 달리 판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