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한때 최고 인기를 구가했으나 불륜·폭행 등 논란에 잇달아 휘말린 여배우 히로스에 료코(45)가 결국 모든 연예 활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히로스에는 지난 2일 소속사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모든 활동을 멈추고 심신 회복에 전념하겠다”고 발표했다.
히로스에의 소속사는 최근 그가 의료진으로부터 ‘양극성 감정장애’와 ‘갑상선 기능 항진증’을 진단받았다고 밝혔다. 양극성 감정장애란 조증(躁症)과 우울증이 연달아 나타나는 질환으로 조울증이라고도 부른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장기들의 대사를 담당하는 갑상선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는 질환으로 체중 감소와 손 떨림, 빈맥(頻脈) 등의 증상이 따른다. TV아사히 등 현지 언론은 히로스에가 최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낯선 행인에게 난데없이 ‘히로스에입니다’라고 인사하거나, 운전 도중 도로로 뛰쳐나가려 하는 등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왔다고 보도했다.
앞서 히로스에는 지난달 9일 나라현에서 촬영을 마치고 도쿄로 상경하던 중 자동차 추돌 사고를 냈다. 이후 응급 이송된 시즈오카현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에게 수차례 발길질을 하고 팔을 할퀴는 등 부상을 입혀 폭행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이 사건으로 약 열흘간 구치소에 구금됐으며 현재까지도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사건 초기 음주 운전이나 마약설이 돌기도 했지만 경찰 조사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중학교 3학년이던 1995년 일본 후지TV 단편 드라마 ‘하트에 S’로 데뷔한 히로스에는 이듬해 출연한 이동통신사 도코모 광고가 화제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같은 해 후지TV 드라마 ‘롱 배케이션’에서 남주인공 기무라 다쿠야의 피아노 제자 역할을 연기해 ‘신스틸러’란 평가를 받았다. 1997년 가수로도 데뷔해 일본 대표 연말 가요 프로그램인 NHK 홍백가합전에 출연했다. 여성 아이돌 가수가 데뷔 첫해 홍백가합전에 출연한 건 ‘푸른 산호초’를 부른 마쓰다 세이코 이후 17년 만이었다.
히로스에는 방송과 영화, 가요계에서 왕성히 활동하며 톱스타 반열에 오르는 동시에 각종 구설에도 오르내렸다. 열아홉 살이던 1999년 명문 사립 와세다대에 입학했으나 ‘특례 입학’ ‘장기 결석’ 논란이 겹쳐 2003년 자퇴했다. 2004년 패션모델 오카자와 다카히로와 결혼했다가 4년 뒤 이혼했고, 2010년 캔들(양초) 아티스트인 캔들 준과 재혼했다. 세 아이의 엄마가 된 그는 ‘국민 여동생’ 이미지에서 ‘국민 엄마’ 이미지로 탈바꿈해 여러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상한 엄마역을 맡으며 재기에 성공했다.
하지만 2023년 6월 일본 주간문춘이 히로스에와 스타 셰프 도바 슈사쿠의 불륜설을 보도하며 다시 내리막을 걸었다. 보도 초기 의혹을 부인했던 히로스에는 자신이 도바에게 쓴 편지가 호텔 직원에 의해 공개되자 결국 불륜을 시인했다. 보도 다음 달 캔들 준과 이혼했다.
불륜 논란 이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히로스에는 지난해 8월 월간지 문예춘추와 인터뷰하는 등 활동 재개를 시사했다. 하지만 지난달 교통사고와 간호사 폭행으로 재차 불미스러운 일을 일으켰다. 히로스에는 이날 성명에서 “(당시 사건이) 병에 의한 것이라고 책임을 회피할 의도는 일절 없다. 경찰 조사에 계속 성실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