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에서 기업 실적에 비해 주가가 낮게 형성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최고 60%에 달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다. 기업 가치를 낮게 유지해야만 무거운 세금을 피할 수 있어 경영권을 가진 대주주들이 주가를 낮게 유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황승연 경희대 교수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코리아 디스카운트 극복을 위한 개혁 과제’ 토론회에서 “기업 대주주들이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가를 낮게 유지하려 하기 때문에 1300만명이 넘는 ‘개미 투자자’까지 손해를 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북한을 꼽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 주식시장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0으로, 지금 한국보다 전쟁 위험이 훨씬 큰 대만(2.4)의 절반도 안 된다”고 했다.
한국은 직계비속에게 상속을 하더라도 세금으로 50%를 내야 하고, 기업 대주주인 경우에는 세율이 할증돼 60%가 된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국의 상속세율 평균은 14.5%에 불과하다. 절반(19국)은 직계비속 상속 시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고, 나머지 국가들도 상속세를 줄이거나 폐지하는 추세다. 대다수 국가에서 가업(家業)을 잇기 위한 상속인 경우에는 실제 세율은 20%를 넘지 않는다.
이날 토론회에선 대안으로는 상속세 최고 세율을 20%포인트 이상 낮추거나, 상속세를 폐지하고 대신 자본이득세를 과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상속받는 시점이 아니라, 상속받은 기업 지분을 매각할 때 발생하는 이득에 세금을 매겨야 상속세를 내기 위해 기업을 처분하는 폐단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극소수 기업에만 적용되고 있는 가업 상속 공제 제도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김승욱 중앙대 명예교수는 “가업 상속은 경영 노하우도 함께 상속하므로 효율적”이라며 “가업 상속 시 상속세 감면은 고용과 생산량, 투자량, 자본량, 임금 등을 모두 증대시킨다는 연구가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