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 동계 아시안게임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 14일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폐회식에서 차기(2029년) 개최지 사우디아라비아(오른쪽) 조직위 관계자가 대회기(旗)를 이양받고 있다. 사우디는 700조원 이상을 들여 만드는 인공 도시 ‘네옴’에 인공 설원과 경기장을 지을 계획이다. /연합뉴스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이 14일 폐회식을 끝으로 8일간 열전을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단은 애초 대한체육회가 전망했던 11개 금메달을 넘긴 16개 금메달로 종합 2위(금 16·은 15·동 14)를 지켰다. 이전 대회(2017년 삿포로)에서 세운 최다 금메달(16개) 동률에 2연속 종합 2위다. 1위는 개최국 이점을 살린 중국(금 32·은 27·동 26), 3위는 일본(금 10·은 12·동 15)이었다. 일본은 피겨스케이팅 등 일부 종목을 제외하곤 2진들을 많이 내보내 지난 대회 1위(금 27·은 21·동 26)에 비해 순위가 급락했다.

한국은 기존 강세 종목인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에 더해 피겨스케이팅과 스키·스노보드에서도 신예들이 활약을 보였다. 1년 앞으로 다가온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전망을 밝혔다는 분석이다.

쇼트트랙은 금 6·은 4·동 3을 수확했다. 역대 최다 금메달(6개) 동률이다. 여자 최민정(27·성남시청)은 이번 아시안게임 유일한 ‘3관왕’에 올랐고, 김길리(21·성남시청)는 2관왕을 차지했다. 남자에서는 박지원(29·서울시청)과 장성우(23·화성시청)가 2관왕이다.

스피드스케이팅은 맞수인 일본 정상급 선수들이 다수 불참하면서 좀 더 무난한 메달밭 개척이 가능했다는 평가다. 금 3·은 5·동 4. ‘빙속 여제’ 김민선(26·의정부시청)과 2005년생 이나현(한국체대)은 나란히 2관왕에 올랐고, 남자 이승훈(37·알펜시아)은 팀 추월 은메달로 동계 아시안게임 통산 9번째 메달을 따내며 역대 한국 선수 중 최다 메달 기록을 새로 썼다. 여자는 이나현이란 샛별을 발굴했지만, 남자는 이승훈을 이을 주자가 잘 안 보인다는 점이 고민이다. 국내 유일 빙속 경기장인 태릉빙상장(1971년 건립)은 너무 낡아서 대체지를 찾고 있으나 아직 성과가 없다는 점도 숙제다.

피겨스케이팅은 하얼빈에서 ‘역사’를 썼다. 차준환(24·고려대)과 김채연(19·수리고)이 각각 남자·여자 싱글 정상에 오르며 한국 피겨 사상 첫 ‘남녀 동반 우승’을 이뤄냈다. 두 선수 모두 쇼트프로그램 2위로 출발했으나 프리스케이팅에서 일본 선수들을 극적으로 제쳤다. 차준환은 금메달로 병역 혜택이란 선물도 받게 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도전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스키·스노보드 등 설상(雪上) 종목은 금 4·은 2·동 6을 따냈다. 10대 선수들 패기가 돋보였다.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 이승훈(20·서울스키협회)과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 이채운(19)이 정상에 올랐고, 김건희(17·시흥매화고)가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받았다. 모두 첫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일궈낸 쾌거다. 여자 바이애슬론 대표팀 귀화 선수 예카테리나 압바쿠모바(35·전남체육회)는 한국 바이애슬론 사상 첫 동계 아시안게임 금메달 영광을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