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6일 경북 경주시 HICO 미디어센터에서 단일화 관련 반발하며 후보 일정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뉴시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6일 밤 한덕수 무소속 예비 후보와 7일 회동한다는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발표하기 전 지역 일정 중단을 선언하는 등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이날 1박 2일 일정으로 대구·경북 지역을 찾았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후보와의 단일화를 서둘러 달라고 압박하자 김 후보가 서울을 떠나 국민의힘 강세 지역인 영남 지역 방문에 나선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이날 일정 내내 김 후보에겐 단일화 계획을 묻는 기자들 질문이 쏟아졌지만, 김 후보는 이렇다 할 답변을 하지 않았다.

김 후보는 오전 첫 일정으로 최근 산불 피해를 당한 경북 영덕군 노물리와 석리를 찾아 현장을 둘러봤다. 이후 포항 죽도시장을 찾은 김 후보는 시민들이 ‘김문수’를 외치자 주먹을 불끈 쥐며 인사했다. 김 후보는 이어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개최 예정지인 경주 화백 컨벤션 센터로 향했다.

김 후보가 경주로 이동하는 사이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당원들을 상대로 단일화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소식을 들은 김 후보는 경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가 대통령 후보를 강제로 끌어내리려고 하고 있다”며 일정 중단을 선언했다. 그는 “이럴 거면 경선을 왜 세 차례나 했느냐”면서 “서울에 올라가서 여러 현안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날 김 후보와 점심을 함께한 이철우 경북지사는 김 후보에게 “서울로 올라가 단일화를 성사시키고 당당히 금의환향하는 것이야말로 김문수답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의 대구·경북 방문을 두고 정치권에선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1990년 ‘마산 칩거’를 염두에 둔 일정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민정·민주·공화 3당이 민주자유당으로 합당한 후 민정계가 YS를 겨냥해 ‘내각제 개헌 합의각서’를 언론에 공개하자, 당대표였던 YS는 당무 거부를 선언하고 부친이 있는 마산에 내려가 칩거에 들어갔다. 결국 노태우 대통령과 민정계가 물러서면서 YS는 정국 주도권을 쥐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당시 YS는 당내 자파 세력과 대중 지지를 바탕으로 버틸 수 있었지만 지금은 보수층 다수가 조속한 단일화를 원한다는 점에서 김 후보 상황과 차이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