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멕시코주의 샌타페이는 ‘사막의 고원’이라 불리는 도시다. 얼마 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영화배우 진 해크먼과 그의 아내가 살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사람들이 삶의 본질과 기(氣)를 찾기 위해서 거주 또는 방문하는 영혼의 안식처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미국을 대표하는 여류 화가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의 미술관이 있다. 어도비(Adobe)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 내부에 유품과 더불어 작가의 대표적인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오키프는 강렬한 색채의 추상적인 꽃 그림으로 특히 유명하다. 수많은 화가가 꽃을 그렸지만, 오키프는 꽃을 자세히 그리고 천천히 오랫동안 들여다보았다. 꽃 모양을 간결한 선으로 정리하고, 한가운데로 끝없이 깊이 빨려 들어가는 꽃의 중심과 대비시켜 관능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을 구현했다. 샌타페이의 고요한 사막에 끝없이 전개되는 공간의 켜가 꽃이라는 작은 자연을 통해서 재탄생된 은유이기도 하다. 그렇게 꽃이 클로즈업된 ‘거대한 꽃’은 그녀를 대표하는 작품이 되었다.
“나는 비어있는 것을 좋아한다”는 본인의 말처럼 오키프의 꽃 그림은 군더더기 없는 간결함 그 자체다. 당시 유행하던 모더니즘 미학의 영향을 받았고, 디자인이 아닌 순수 미술의 영역에서 미니멀리즘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꽃이라는 자연을 그렸으나 구상화가 아니고 추상화처럼 보이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미술관 내부에는 디자이너 찰스 임스가 그녀에게 헌정한 의자가 ‘친애하는 조지아(For Dear Georgia!)’라는 자필 문구와 함께 전시되어 있다.
오키프는 건축, 빛, 색, 문화 전반에 걸쳐 관심이 많았고, 특히 부지런히 정원을 가꾸었다. 그러면서 자연에서 영감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사물의 본질을 보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그녀의 작품들은 그녀가 사랑하고 여생을 보냈던 이 영혼의 땅에 지어진 미술관의 경관과 잘 어울린다.
“꽃은 모델료가 들지 않는다.” - 조지아 오키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