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회원 수가 100만명에 달하는 유명 온라인 재테크 카페에 ‘4월 부수입을 공유한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올 1월부터 4개월간 ‘손목닥터9988′로 5만3990원을 모았다”며 “큰돈을 벌기는 쉽지 않지만 돈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자세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 글에는 ‘신세계를 보는 느낌’ ‘대박이네요’ 같은 댓글이 30개 달렸다.
온라인 노후 준비 카페에는 지난달 ‘건강과 용돈 함께 챙겨보세요’란 글이 올라왔다. 손목닥터9988의 사용 방법과 이점을 소개한 글이었다. 이 글은 조회 수가 4330회에 달했다. ‘포인트를 많이 쌓는 방법도 알려달라’ ‘포인트 쌓아서 맛있는 것 사 먹어야겠다’ 등 댓글이 달렸다.
요즘 고(高)물가 등으로 시민들 살림살이가 팍팍한 가운데, 걸음 수에 따라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쌓는 서울시 시민 건강 앱 손목닥터9988이 재테크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른바 ‘손목닥터 앱테크’다. 온라인 카페마다 손목닥터 앱으로 몇 만원씩 모았다는 ‘수익 인증’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손목닥터는 서울시가 2021년 출시한 시민 건강 서비스다. 스마트폰 앱이나 스마트워치로 걸음 수를 측정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서울페이 포인트를 준다. 하루 8000보를 걸으면 200포인트를 받을 수 있고 편의점, 식당, 서점, 영화관 등 서울시 내 가맹점 26만곳에서 쓸 수 있다.
6일 서울시에 따르면, 손목닥터 가입자는 현재 98만명이다. 2021년 사업 첫해만 해도 가입자가 5만명에 불과했는데 3년 새 20배가 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렇게 빨리 증가할 줄 몰랐다”며 “곧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추경예산안에도 손목닥터 포인트 예산 113억원을 추가 편성했다.
시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손목닥터를 활용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이모(55)씨는 1년 전 손목닥터에 가입한 후 걷기 습관이 생겼다고 했다. 이씨는 “원래 하루 1만보 걷기도 힘들었는데 작년 10월에는 지리산 천왕봉 등반에도 성공했다”고 했다. 2살 아이 엄마 김남영(33)씨는 “손목닥터로 하루 8000보 걷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바깥바람도 쐬고 산후우울증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온 가족이 합심해 포인트를 쌓는 집도 있다. 직장인 유모(44)씨는 “시어머니가 추천해 가족 5명이 매일 포인트를 모은다”며 “그렇게 모은 포인트를 보태 한 달에 한 번 삼겹살 외식을 한다”고 했다.
프리랜서 번역가 박수민(40)씨는 손목닥터 포인트를 주는 서울시 행사를 집중 공략한다. 지난 4월에는 여의도 여의나루역에서 열린 ‘러너스페스티벌’에 참가해 한 번에 1000포인트를 받았다.
서울 수도방위사령부 장병들은 일과 후 구보(달리기)할 때 꼭 휴대폰을 챙긴다. 군 관계자는 “이왕 구보하는 거 체력도 쌓고 포인트까지 받으니 일거양득”이라며 “쌓은 포인트로 휴가 때 아이스크림 사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했다.
요즘 서울시 내 달리기 동호회 사이에서도 손목닥터 가입이 필수다. 달리면서 손목닥터 걸음 수도 채우는 것이다.
서울시는 손목닥터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걸음 수 외에 혈압, 심박수 등을 측정해 종합 건강관리 서비스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대중교통 정기권인 기후동행카드와 연계해 많이 걷는 사람은 기후동행카드 요금을 할인해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