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를 내려놓고, 부활절 휴전에 들어갑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일(현지 시각)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치러진 ‘주님 수난 성지주일’(성지주일) 미사에서 “돌 무더기 위 승리의 깃발을 꽂는 것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바티칸뉴스 등이 보도했다. 오는 17일 부활절을 앞두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벌어진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다. 교황은 “(내가 말한 휴전은) 더 많은 무기를 제공하고 전투를 재개하기 위한 것이 아닌, 진정한 협상을 통해 평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휴전”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느님께 불가능은 없다”며, “그는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 매일 우리 눈앞에 닥치는 끔찍한 학살과 민간인들을 상대로 자행되는 잔인한 행위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성지주일은 예수가 지상에서 겪은 수난을 묵상하는 성주간(聖週間)의 첫날로, 이날 성 베드로 광장엔 5만명가량의 신자들이 결집했다. 일부 신자는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나무 가지 끝에 작은 우크라이나 국기를 꽂거나, 우크라이나를 나타내는 파란색, 노란색 옷을 입었다. 성지주일 미사에 대중의 참석이 허용된 건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2020년과 지난해엔 코로나 팬데믹으로 소수의 신자만 참석하는 등 축소된 형태로 열렸다.
이날 교황은 무릎 통증으로 인해 성 베드로 광장 중앙 오벨리스크부터 제단까지 이동하는 전통 행렬을 생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그는 지난 6일 바티칸 바오로 6세홀에서 열렸던 수요 일반 알현에서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어 보이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리는 유엔(UN)의 무력함을 목도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