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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하라주쿠역 인근에 위치한 복합상업시설 '하라카도'/도큐플라자 하주쿠 홈페이지

올 4월 도쿄 하라주쿠역 근처에 ‘하라카도’라는 건축물이 탄생했다. 하라는 하라주쿠의 앞글자다. 카도의 의미가 재밌다. 카도라고 발음되는 한자가 세 가지가 있는데, 세 가지 의미를 모두 중첩해 담았다. 첫째, 모퉁이를 의미하는 각(角)이란 글자다. 건물의 위치가 모퉁이에 있기 때문이다. 둘째, 문을 의미하는 문(門)이란 글자다. 주변에 있는 메이지 신궁의 도리이(鳥居)를 상징하기도 하고, 새로운 문화의 입구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 셋째, 재능을 의미하는 재(才)라는 글자다. 하라주쿠란 지역은 과거에도 재능이 뛰어난 크리에이터가 많이 모이는 공간이었는데, 이러한 전통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다.

이 건물은 우선 건물 자체가 환상적으로 아름다워 화제다. 특히 7~9층 야외 테라스 공간은 식물로 둘러싸여 있어 방문객에게 잔잔한 힐링을 준다. 건축가는 1971년생인 히라타 아키히사(平田晃久). 그는 2012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이토 도요와 함께 황금사자상을 공동 수상할 정도로 실력 있는 젊은 건축가로 정평이 나 있다. 히라타는 ‘오모테산도의 느티나무와 무성한 신궁의 숲, 오모테산도의 세련된 거리 풍경’을 건축의 기본 콘셉트로 잡았다고 한다. 그의 말을 듣고 다시 건물을 보니 그런 느낌이 든다.

복합 상업 시설이라 건물 안에는 다양한 콘텐츠가 있다. 이 중 필자의 눈길을 가장 많이 끄는 공간은 지하에 있는 동네 목욕탕, 센토(銭湯)다. 일본엔 온천도 많지만 동네마다 동네 목욕탕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곳은 1950~1960년대 우리의 동네 목욕탕과 같은 곳이다. 심지어 할머니 한 분이 남탕과 여탕을 동시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앉아 카운터를 보기도 한다. 입장료는 520엔. 하네다 공항에 있는 온천 입장료가 4800엔임을 감안하면 참 저렴한 금액이다.

하라카도에 등장한 고스기유(小杉湯)라는 목욕탕은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영업한다. 이 중 오전 7~11시, 오후 6~11시는 지역 주민만 이용할 수 있다. 지역 주민의 정의가 흥미롭다. 부근에 사는 사람, 직장이나 학교가 부근인 사람까지는 이해가 간다. 또 한 부류가 부근에 숙박하는 사람이다. 외국인이건 내국인이건 말이다.

아침 7시에 외국인이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해외여행을 하면 해당 지역을 조금이라도 더 경험하고자 스케줄을 빡빡하게 짜려고 한다. 하지만 바쁘게 돌아다니고 싶어도 문을 연 곳이 없으면 경험할 방법이 없다. 백화점은 보통 11시에, 박물관은 10시에 연다. 그래서 일본에선 아침 식사 후 첫 방문지를 박물관으로 잡고는 한다. 1시간이라도 더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다.

더 부지런하게 움직이려면? 쓰키지 수산 시장에 가거나, 전 세계 여섯곳밖에 없다는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를 방문한다. 참배가 아닌, 숲을 즐기기 위한 목적이라면 메이지 신궁도 좋다. 하지만 이 외에는 마땅히 떠오르는 곳이 없었다.

이제 아침에 갈 곳이 한 군데 더 생겼다. 오전 이른 시간에 하라카도 지하에 있는 목욕탕을 방문하는 것이다. 그리고 목욕을 즐긴다. 오전 11시에 상점 문이 열리면, 가장 먼저 쇼핑과 점심 식사를 할 수 있다.

고스기유는 고민의 폭을 넓혔다. 그 결과 ‘아침 조깅’을 추가했다. 그래서 언더아머와 협업, 운동화 및 러닝복을 빌려주는 서비스도 개시했다. 금액도 1300엔 정도니 큰 부담이 없다. 요가와 독서로, 몸과 마음을 편안히 하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그동안 공간 연구는 많았다. 여기에 시간이란 차원을 결합하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한다. 관광객의 아침 시간 활용도를 높임으로써, 더 많은 관광객의 하라카도 방문을 유도하려는 이 비즈니스 모델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신현암 팩토리8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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