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투병하시는 다른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창원파티마병원 호스피스(은혜)병동에서 암 투병중인 김재용씨(아랫줄 가운데)가 평생 어렵게 모아온 전 재산 1억1300여만원을 창원파티마병원에 기부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창원파티마병원 제공

지난달 경남 창원파티마병원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해 있던 김재용(63)씨가 병동 관계자에게 자신의 전 재산 1억1300만원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던 그가 내린 마지막 결정은 ‘나눔’이었다.

현재 김씨는 인터뷰가 어려울 정도로 몸 상태가 악화됐다. 김씨와 자주 대화를 나눴던 병원 관계자가 그의 얘기를 대신 전했다. 김씨는 열 살 때쯤 아버지와 헤어지고 보육원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열여덟 살 되던 해 보육원에서 나와야 했다. 먹고살기 위해 중국집 배달부터 시작했다. 나중에 일을 배워 주방 요리까지 하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해 1월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찾았던 병원에서 대장암 판정을 받았다. 이미 암이 몸 전체로 퍼진 뒤였다. 1년간 항암 치료를 받으며 병마와 싸우던 그는 최근 치료를 중단하고, 지난달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겼다. 호스피스 병동은 죽음이 가까운 환자가 두려움 없이 평안한 임종을 맞을 수 있도록 돕는 병동이다.

그가 입원한 창원파티마병원은 ‘대구 포교 성 베네딕도 수녀회’가 초대 마산교구장을 지낸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요청으로 병자와 가난한 이들을 치유하기 위해 설립한 병원이다. 이렇다 할 가족이 없던 김씨는 평생 아끼며 모았던 전 재산을 병원에 기부하기로 한 뒤 “투병 생활 하며 육체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면서 마음만은 평화로움과 편안함을 느꼈다. 저처럼 투병하는 분들께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박정순 창원파티마병원장(수녀)은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기부자의 따스하고 정성어린 뜻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소중히 사용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