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4일 검사장급 이상 40명을 승진·전보하는 검찰 인사를 발표했다.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대검찰청 검사장급 간부 전원과 서울 시내 4대 지검장이 모두 교체됐다. 윤석열 정부 들어 세 번째 검찰 인사에서 주요 보직에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다만 서울중앙지검장에는 송경호 현 지검장이 유임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비리,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등 주요 사건에 대한 수사를 연속성 있게 지휘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이 대표가 연루된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등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는 수원지검장에는 신봉수 대검 반부패부장이 임명됐다. 그동안 전국 특별 수사를 지휘했던 신 지검장이 앞으로 수원지검 수사에 가속도를 붙일 전망이다.
역대 검찰 인사에서 대검 간부 전원을 교체한 경우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 대검 차장을 포함한 검사장급 간부 8명 중 6명은 이번에 승진한 검사장으로 채워졌다.
기존 대검 간부 중에 박재억 마약·조직범죄부장은 임명된 지 4개월 만에 대전지검장으로 이동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원석 총장이 최근 회의에서도 박 부장에게 계속 열심히 해달라고 했다”면서 “예상 못 한 인사”라고 말했다.
대검 차장에 심우정(사법연수원 26기) 인천지검장이 승진 임명된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한 법조인은 “1년 가까이 공석으로 뒀던 대검 차장에 이원석(27기) 총장보다 한 기수 선배를 임명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대통령실 의중이 작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법무부는 “(이번 인사는) 그간의 성과, 업무 능력, 리더십 등을 종합 고려했다”면서 “국민을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지키고 법질서를 확립하는 검찰 본연의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춘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사로 승진·전보된 검사장급 이상은 오는 7일 자로 부임할 예정이다.
이번 인사에서 유임된 송경호(29기)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검찰 인사가 이뤄진 작년 5월부터 중앙지검을 지휘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비리 등에 대한 수사를 중앙지검 반부패 1부와 3부가 맡고 있다. 중앙지검은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사건도 수사 중이다.
수원지검장에 임명된 신봉수(29기) 대검 반부패부장도 이재명 대표가 피의자로 입건돼 있는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수사를 지휘하게 된다. 그는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시절 첨단범죄수사1부장과 특수1부장을 맡은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연루된 다스(DAS) 수사,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 등을 맡았다.
또 전국 특별 수사를 지휘하는 대검 반부패부장에는 양석조 서울남부지검장이 보임됐다. 그는 김남국 의원의 불법 코인 거래,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펀드 사건 등에 대한 수사를 지휘했다.
한편 서울 시내 4대 지검장도 전원 교체됐다. 특히 남부지검장에는 김유철(29기) 대검 공공수사부장이 임명됐다. ‘공안통’ 중에 선거 전문인 김 부장은 내년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서울 여의도를 관할하는 남부지검을 지휘하게 됐다. 남부지검은 또 한동훈 법무장관 취임 이후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 출범으로 중요성이 높아졌다. 김 부장은 한 장관의 현대고 선배다.
대검에서는 반부패부장을 제외한 나머지 부장에 모두 신임 검사장이 승진 임명됐다. 전국 검찰 공안 수사를 지휘하는 공공수사부장에는 ‘공안통’인 박기동(30기)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가 승진했다. 내년 4월 총선 관리와 이후 선거 사범 수사를 총괄하게 된다. 기획조정부장에는 성상헌(30기) 중앙지검 1차장 검사가, 형사부장에는 박세현(29기) 서울고검 형사부장이 각각 임명됐다. 또 공판송무부장에는 정유미(30기) 대전지검 천안지청장이, 과학수사부장에는 박현준(30기) 창원지검 차장검사, 마약·조직범죄부장에는 박영빈(30기) 인천지검 1차장 검사가 각각 보임됐다.
이른바 ‘고발 사주’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손준성(29기) 서울고검 송무부장은 검사장급인 대구고검 차장검사로 승진했다. 이재명 대표의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이창수(30기) 성남지청장도 전주지검장으로 승진했다.
또 검찰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에는 신자용(28기) 현 국장이 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