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30일 ‘준법 투쟁(태업)’을 벌여 일부 노선 버스 운행이 지연됐다. 출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시내버스 노사는 이날 새벽 2시까지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1일부터 버스 운행을 정상화한 뒤 8일 다시 파업 여부를 정할 것”이라며 “전국 시내버스 노조와 연대해 동시다발 파업을 벌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사 측은 “물밑 협상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날 출근길에서 만난 시민들은 “평소보다 버스가 자주 안 와 마음을 졸였다”고 했다. 이날 노조는 버스를 천천히 운행하는 방식으로 태업을 벌였다. 이 때문에 일부 노선은 운행 간격이 10분에서 30분으로 늘어났다. 시민들이 몰린 지하철역은 평소보다 혼잡했다. 공덕역에서 만난 민모(66)씨는 “태업 소식을 듣고 버스 대신 지하철을 타러 왔다”며 “다들 나처럼 생각했는지 지하철역이 발 디딜 틈도 없다”고 했다. 서울시가 지하철 운행 횟수를 늘리고 셔틀버스를 투입해 ‘출근길 교통 대란’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노조는 기본급 8.2% 인상, 63세에서 65세로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작년 12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정기 상여금을 통상 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사 측은 정기 상여금을 전부 통상 임금에 넣을지 말지 등 임금 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를 먼저 한 뒤 임금 인상률을 정하자고 주장한다. 서울시 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노조 주장을 반영하면 임금을 사실상 20% 이상 올리게 된다”며 “버스 회사들의 누적 부채가 총 9500억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고 했다.
서울 시내버스 기사의 평균 연봉은 6273만원이다. 지난해 시내버스 노사는 기본급 4.48% 인상에 합의했다.
노조 관계자는 “통상 임금 문제는 대법원 판결에 따른 것으로 교섭 대상이 아닌데 사 측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했다.
통상 임금은 근로자가 정기적으로 받는 급여로 각종 수당이나 퇴직금을 계산하는 기준이 된다. 버스 업계에선 기사들에게 월급 외에 격월로 상여금을 주고 있는데 이를 통상 임금으로 보면 사 측은 수당, 퇴직금 등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다.
문제는 서울 시내버스가 ‘준공영제’로 운영돼 막대한 세금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준공영제는 민간 회사가 버스를 운행하고 시가 예산을 들여 적자를 보전해 주는 방식이다. 지난해 서울시는 시내버스 적자 보전에 4800억원을 썼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인건비 상승이 시민 부담으로 돌아오는 구조”라며 “노사가 합리적 수준에서 임금 인상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노동계는 서울 시내버스 노사의 협상을 주목하고 있다. 그 결과가 곧이어 진행되는 전국 시내버스 임단협의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