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보>(186~214)=반상이 극도로 어지러워져 간다. 두 초대형 매머드가 전판이 비좁다는 듯 사생결단을 펼치고 있다. 천하 쟁패의 경지에 이른 대국자들조차 평정심을 잃었다. 바둑에 취하고 승부에 취해 꿈꾸듯 의문수를 주고 받는다. 냉정함이 사라진 것은 반외(盤外)라고 다르지 않다. 한 수, 한 수가 놓일 때마다 관계자들의 함성과 탄식이 교차한다.

흑이 ▲로 젖혀 패를 유도한 장면에서 백 188이란 이해할 수 없는 후퇴가 등장했다. 당연히 194로 단수쳐 흑 195, 백 196으로 즉시 패에 돌입해야 했다(하변 214 부근에 백의 팻감이 많다). 그랬으면 백이 패싸움서 져도 좌상 일대 대마는 아직 잡히지 않은 상황. 반면 실전은 패에 질 경우 백 대마가 전멸한다. 이 결과는 거의 한 수 차이다. 188은 패착성 문제수였다.

당연해 보이는 흑 193도 의문수. 참고도 1의 대안이 있었다. 5가 수를 늘이는 묘수이고 백 6도 이 장면서 최선. 이하 9까지 예상되는데 이 수상전은 흑이 유리하다는 결론이다. 191부터 초읽기에 들어간 흑이 이 수순을 놓치고 194를 당하면서 피 말리는 패싸움이 시작됐다. 214 팻감 때 흑의 응수는? (199 207 213…■, 202 210…196, 209…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