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생제르맹(PSG) 주장 마르키뉴스(31·브라질)가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리자 바로 옆에 있던 이강인(24)도 활짝 웃으며 환호했다. 그는 이날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지만, 2008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박지성(44)에 이어 UCL 정상에 선 두 번째 한국인 선수가 됐다. 박지성은 당시 4강전까지 주전으로 활약하다 정작 첼시와 결승전에선 출전 명단에도 제외돼 양복을 입고 경기를 관람했다. 이강인은 벤치에서 골이 터질 때마다 동료들과 기쁨을 함께했다.
이강인 결장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지난 3월 리버풀과 16강 2차전에 교체 투입된 것이 마지막 UCL 출전. 결승전을 앞두고 루이스 엔리케 감독에게 언질을 받은 듯 주전과 교체 멤버들이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 때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경기 도중 워밍업을 하지 않은 그는 결국 벤치에 머무른 채 우승 순간을 맞았다. 우승 행사 이후 선수들 가족과 지인이 그라운드로 내려와 축하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강인과 연인 사이로 알려진 두산가(家) 5세 박상효씨의 모습도 보였다. 이강인은 박씨에게 우승 메달을 걸어주며 기쁨을 나눴다.
이강인에게 이번 UCL은 프로 무대 8번째 우승이다. 스페인 발렌시아 유니폼을 입고 2019년 코파델레이에서 첫 우승을 맛본 그는 PSG에서 지난 두 시즌 동안 7번 정상에 올랐다. 올 시즌엔 PSG가 4관왕에 오르면서 트로피 부자(富者)가 됐다. 아시아 선수 최초 유럽 트레블 영광도 안았다. 하지만 기여도는 떨어진다. 엔리케 감독 구상에서 멀어지며 이번 결승전 등 대부분 경기를 벤치에서 지켜봤다.
이강인의 올 시즌 최종 기록은 6골 6도움. 지난해 11월 앙제전 2골이 마지막 득점이다. 2028년 6월까지 PSG와 계약된 그를 두고 나폴리와 아스널 등 다양한 클럽에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여름 이별할 가능성이 높다. 이강인은 PSG 우승 퍼레이드에 참가한 뒤 2일 월드컵 아시아 예선 원정 경기를 치르는 이라크로 합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