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래구의 편의점 ‘GS25 동래래미안아이파크점’ 앞에는 배달 라이더가 앉아서 대기할 수 있는 2~3인용 의자가 있다. 앱으로 주문한 고객이 매장 밖에서 바로 상품을 받아 갈 수 있도록 픽업 공간도 갖췄다. 지난달 말 문을 연 매장 안에서는 치킨을 튀기는 로봇이 주문이 들어오자마자 조리를 시작한다.

부산 동래구‘GS25 동래래미안아이파크점’안에서 로봇이 치킨을 만들고 있다. /GS25

GS25 관계자는 “이 점포는 3000세대 넘는 대단지 아파트 입구 쪽에 있고 주변에 20~40대 젊은 인구 비율도 높아 배달 서비스 수요가 많을 것으로 봤다”며 “상권 분석 후 관련 서비스를 더한 특화 매장을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주거 상권임을 감안해 생활용품과 완구·문구류 상품 구색도 일반 매장보다 강화했다.

편의점들이 이색 상품과 서비스, 신기술을 접목한 매장을 속속 내놓고 있다. 편의점 주요 고객이 10~30대 젊은 층이라 새로운 서비스를 원하는 수요가 크고, 반응을 즉각적으로 확인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대형 마트나 백화점보다 규모가 작아 큰돈을 들이지 않고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를 시험해보기에도 적합하다. 편의점 시장이 포화 상태가 되면서 다른 매장과의 차별화를 위한 특화 점포 필요성도 커졌다.

◇배달 로봇부터 무인 점포까지 기술 경쟁

세븐일레븐은 작년 11월 서울 서초구의 한 매장에 자율 주행 배달 로봇 ‘뉴비’를 시험 도입했다. 스타트업 뉴빌리티가 만든 로봇으로, 편의점 직원이 상품을 포장해 로봇에 실으면 반경 300미터 안팎의 거리에 입력된 주소지로 곧바로 이동한다. 로봇이 도착하면 손님은 QR코드를 찍고 로봇 보관함에서 물건을 꺼내 가면 된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최근 1차 테스트를 끝냈고 조만간 다른 매장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엔 경기도 가평에 편의점을 마련하고 드론 배송도 시작할 예정이다.

세븐일레븐 직원이 자율주행 배달로봇‘뉴비’에 상품을 싣고 있다. /세븐일레븐

무인 점포 기술도 최근 편의점 업체들이 공들이는 분야다.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모두 최근 1~2년 새 점포 입장부터 결제까지 전 과정을 IT(정보 기술)로 구현한 무인 매장을 선보였다. 물건을 집으면 AI(인공지능) 카메라나 스마트 무게 센서가 상품 종류를 인식해 자동으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신세계아이앤씨 같은 IT 서비스 기업, 한국인터넷진흥원을 포함한 공공 기관이 무인 점포 기술 테스트베드로 편의점을 점찍고 손잡고 있다.

◇상권 분석으로 특화 매장도 속속

상권 특성에 맞는 특화 매장도 늘리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거주 인구나 유동 인구, 상권별로 잘 팔리는 상품 같은 특성을 분석해 그에 맞춘 특화 매장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세븐일레븐 KT강남점’2층에 있는 와인 전문 공간. 원래 카페형 편의점으로 운영하던 곳을 작년 말 와인 특화 편의점으로 바꿨다. /세븐일레븐

GS25는 작년 말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의 카페·간편 식품 특화 매장을 시작으로, 수원 관광지 특화 매장, 전북 전주 주류 특화 매장을 연이어 열었다. 수원 매장엔 이색 식품이나 수입 과자·음료를 들여놨고, 전주 매장은 전체 면적의 3분의 1을 주류 전용 공간으로 꾸몄다. GS25 관계자는 “작년 한 해 주류 픽업 서비스의 주문 건수를 살펴보니 지방 거점 도시의 구매 비율이 높았다”며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주류 특화 매장이 인기를 끌 수 있다고 판단해 전주에 문을 연 것”이라고 말했다.

CU도 코로나 이후 주택가 상권을 중심으로 주류 매출이 늘어나는 것을 확인하고, 주류 특화 매장을 5개까지 늘렸다. 세븐일레븐은 즉석식품 강화 매장인 ‘푸드드림’을 확대하고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처럼 국수, 우동 같은 즉석식품을 즐길 수 있게 만든 특화 매장으로, 주로 1인 가구 밀집 상권과 대학·학원가 상권에 문을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