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이전에 술을 마신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성인이 된 이후 알코올 중독 등 음주 문제를 겪을 위험이 최대 4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5일 나타났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과 국립암센터는 지난 3월 이런 내용을 담은 ‘어린이·청소년 음주 예방 가이드라인’을 발간했다. 미국국립알코올남용중독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인용한 것으로, 음주 시작 연령이 증가할수록 알코올 의존증에 걸릴 위험이 14%씩 감소했다.
우리 사회는 미성년자가 어른과 함께 있을 경우 술 한 잔 정도는 괜찮다는 인식이 여전히 존재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중·고등학생 3명 중 1명은 부모나 친지 등 어른들에게 술을 권유받은 경험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술을 한 모금이라도 마셔 본 아이들은 조기에 음주를 시작하거나, 성인이 되기 전부터 기억을 잃을 정도로 술을 자주 마실 위험이 크다. 지난해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서 중·고등학생 3명 중 1명이 술을 마셔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최근 한 달 이내 술을 마신 학생 4명 중 1명(25%)은 첫 음주 시점이 초등학생이거나 그 전이었다.
어린이·청소년 음주는 성인보다 더 위험하다. 적은 양에도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자제력과 판단력이 떨어져 사고나 범죄 위험이 커진다. 음주 시기가 빠를수록 인지 기능과 기억력, 학업 성취도도 저하된다. 뇌는 20대 중반까지 발달하는데, 청소년기의 과도한 음주는 전두엽·해마 등 뇌 주요 부위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불안·우울 등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
가이드라인은 “술에 대한 어른들의 관대한 태도와 인식이 주변 환경에 민감한 아이들의 음주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며 “어른들의 관심과 태도가 아이들의 음주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른들은 술자리에 아이를 동반하지 않아야 하고, 술을 사 오게 하거나 심부름을 시키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어른들의 술 마시는 모습을 보면서 음주를 자연스럽게 따라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또 어린이·청소년은 누군가 술을 권하면 당황하지 말고, “저는 술 못 마셔요”라고 분명히 표현해야 한다. 어른이 술을 권해도 “저는 술 대신 다른 것 마실게요”라고 정중히 거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