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 축구에 반가운 소식이 날아왔다. 황인범(29)이 뛰는 네덜란드 명문 축구 클럽 페예노르트가 한국 보인고 3학년 미드필더 배승균(18)과 정식 1군 계약을 맺었다는 낭보였다. 한국 고교 축구 선수가 유럽 중소 리그나 2~3부 리그에 직행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페예노르트 정도 규모와 명성을 가진 팀에 바로 가는 선수는 거의 없었다. 그것도 K리그 프로 팀 관리를 받는 유스 팀이 아닌 일반 학교 축구부 소속 선수가 이뤘다는 점이 주목받았다.
페예노르트는 1908년 창단한 팀으로 네덜란드 1부 리그에서 16번 우승했다. 아약스와 PSV에인트호번 다음이다. 현재 국가대표 미드필더 황인범이 뛰고 있는 팀이기도 하다. 페예노르트는 배승균을 영입하면서 프로 선수 최저 연봉(28만유로·약 4억4300만원)을 보장했다. 단순 ‘유망주 수집’ 차원이 아니란 얘기다.
최근 서울 송파구 보인고 운동장에서 만난 배승균은 머리를 빡빡 민 모습이었다. 키 181cm, 몸무게 67kg 호리호리한 몸매에 까무잡잡한 피부까지 잉글랜드 국가대표 미드필더 주드 벨링엄(레알 마드리드)을 연상케 했다. 배승균은 “좋아하는 선수인데 닮았다는 말을 종종 들어서 기분이 좋다”며 “학교를 떠나기 전 전국 고등 축구 리그 우승(전반기)을 꼭 이루고 싶어서 3학년 친구 3명과 함께 머리를 밀었다”고 했다. 벨링엄 말고는 가비(바르셀로나)나 페드리(바르셀로나)가 닮고 싶은 선수다.
배승균은 공격형과 수비형 역할을 오가는 중앙 미드필더. 그라운드 위에서 성실히 뛰고 중앙 미드필더로서 경기 조율과 패스 능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유망주를 관찰하기 위해 온 페예노르트 스카우트 눈에 띄어 작년 10월 페예노르트 유스 팀에서 20일간 합숙 훈련을 하며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 그는 “6개월간 확답이 안 와서 무산되는 줄 알고 조마조마했다”며 “아직 실감이 나진 않는다. 네덜란드에 가봐야 떨릴 것 같다”고 했다.
7월 페예노르트 합류를 앞두고 영어 공부에도 열심이다. 배승균은 “어느 정도 알아듣지만 말을 잘 못 해서 입단 테스트 때 동료들과 번역기로 대화했다”며 “학교에 있을 때 영단어를 외우고 저녁에는 회화 학습 앱(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롤 모델로 한국 축구 ‘전설’ 박지성과 페예노르트 선배 황인범을 꼽았다. “선배들처럼 죽어라 뛰어다니겠다”고 했다. 당장 목표는 올해 안에 1군 데뷔를 이루는 것. 유럽 챔피언스 리그 무대도 누비고 국가대표로도 활약하는 게 꿈이다. 그는 “신인이지만 신인답지 않은 플레이를 보이겠다”며 “몸값을 높여 고생하시는 아버지를 유럽에 모셔 와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시간이 날 때는 소설을 읽는다고 했다. 최근에는 황보름 작가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재밌게 봤다. 축구 말고는 농구를 좋아하는데 NBA(미 프로 농구) 스테픈 커리 팬이다.
페예노르트와 보인고는 이번 배승균 계약을 계기로 교류 협약도 맺었다. 페예노르트 코치진이 정기적으로 한국에 와서 보인고 선수들을 지도하고, 그중 우수 자원을 페예노르트가 우선 영입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보인고 선수들이 정기적으로 네덜란드로 가서 페예노르트 구단에서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할 예정이다.
한국 유망주들의 유럽 진출이 더 활발해질 수 있는 기회. 김석한 보인고 이사장은 “선수들은 선진 축구를 배우고, 구단은 이적료가 들지 않는 우수 아마추어 자원을 선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