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1부두는 문화재로 보존돼야….” “단순히 기념하고 바라보는 공간이 아니라 생동감 있는 공간으로…”

‘부산항 1부두’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놓고 부산시와 관할 중구가 갈등하고 있다. 시는 “시 등록문화재와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할 것”이라며 절차를 진행 중이고, 중구는 “지역 주민 의견 수렴 없는 일방적 추진을 반대한다”고 맞서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부산시 중구 중앙동‘부산항 1부두’전경. 오른쪽 하늘색 지붕의 창고 건물을 기준으로 오른쪽 부분이 1부두(점선)이고,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모양을 본떠 만든 옛 국제여객터미널이 있는 왼쪽이‘여객부두’다. 사진은 드론으로 촬영했다. /부산시

부산시는 “지난 10일 부산항 1부두를 포함해 6·25전쟁 시기 피란 수도였던 부산의 유산 9곳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 목록에 올려달라고 문화재청에 신청서를 냈다”고 11일 밝혔다. 잠정 목록 등재는 세계문화유산 정식 등재에 앞선 절차다. 잠정 목록에 등재되면 문화재청의 우선 등재 목록, 등재 신청 후보, 등재 신청 대상 선정 등을 거쳐 유네스코의 현지 실사 등 심사를 받는다. 이 심사에서 최종 통과하면 정식 세계유산이 되는 것이다.

우리 문화재청에서의 절차는 2024~2026년 사이 진행되고, 유네스코에서의 예비 심사·현지 실사 등은 2024~2027년 사이 이뤄질 것으로 부산시는 예상하고 있다. 부산시 배강주 유산활용등재팀장은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2028년쯤 유네스코 공식 등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가 세계문화유산 후보로 제시한 곳은 부산항 1부두를 비롯해 전쟁 당시 대통령 관저로 쓰였던 서구 부민동 임시수도기념관과 동아대 석당박물관(임시수도 정부청사), 서구 아미동 비석마을·남구 우암동 소막마을(피란민촌), 부산측후소(국립중앙관상대) 등 9곳이다. 구순본 문화유산과장은 “부산항 1부두는 피란 수도 부산의 유산 9곳 중 특히 핵심적인 곳”이라고 말했다.

‘부산항 1부두’는 부산항의 부두 중 가장 먼저 생겼다. 1911년 조성됐다. 중구 중앙동 부산본부세관과 옛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과 붙어 있고 동구 초량동 부산역과도 지하철 1구간 떨어져 있을 정도로 가깝다. 공항이 없었던 일제강점기에는 일본·미국 등으로 가는 거의 유일한 관문이었고 해방 후 귀환 동포들이 고국으로 돌아와 첫발을 딛는 곳이었다. 6·25전쟁 시기엔 각종 전쟁·원조 물자들이 오가고 피란민들이 유입되는 통로였다. 또 전국에서 모여든 피란민들이 부두 인부로, 노점상으로 생계를 꾸리는 일자리였다.

부산항은 1부두가 포함된 북항과 새로 생긴 신항으로 이뤄져 있다. 신항이 생긴 이후 북항의 기능이 대부분 그곳으로 옮겨가면서, 북항의 상당 부분이 오페라하우스·부산항여객터미널·마리나 등으로 재개발 중이다. 2030세계박람회가 유치되면 이 북항 재개발지 등이 행사장으로 쓰일 예정이다.

그러나 중구 측이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부산항 1부두’가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최진봉 중구청장은 지난 3월 지역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유네스코 등재가 중구 발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반대 의견을 내놨다. 중구의회는 지난달 14일 ‘부산항 1부두의 다각적 활용 방안 마련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중구의회는 이 결의안에서 “부산시가 중구 주민들의 입장에 대한 어떠한 의견 수렴 과정도 거치지 않고, 세계문화유산 등재라는 업적 달성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부산시가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에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또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항만이자 경제 중심지였던 ‘부산항 1부두’는 피란민과 부산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자 그들의 강인한 생명력이 투영된 역동적 공간”이라며 “부산시는 이런 공간을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이름 아래 단순히 정적인 공간으로 박제해버리는 행위를 멈추고 국내외 선진 사례를 종합해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이길희 중구의회 의장은 “지난 2001년 중구 대청동의 근현대역사관이 시 기념물로 지정되면서 주변이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주변 상권이 침체되고 지역 주민들도 상당한 불편을 겪었다”며 “’부산항 1부두’도 등록문화재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것이란 우려 때문에 지역에서 반대 여론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김기환 문화체육국장은 “그동안 시에서 중구와 중구의회를 3차례 찾아 사전 설명을 했고 앞으로도 공청회, 설명회 등을 열어 주민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며 “’부산항 1부두’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관광객이 많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