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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를 떠돌아다니는 동양학의 핵심 과목은 ‘인걸(人傑)은 지령(地靈)이다’라는 주제이다. 과연 땅에는 ‘지령’이라는 게 있는 것일까? 지령은 눈에 보이는 게 아니기 때문에 분명하게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애로 사항이 있다. 이건 수백 년 지나봐야 안다. 그렇다면 유럽은 어떨까. 유럽에서도 ‘인걸은 지령’이라는 공식이 적용될 수 있을까? 그래야 풍수가 보편성을 확보한다.

첫째로 관심이 가는 인물은 노스트라다무스(1503~1566)였다. 예언이라는 업종(?)에서 세계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가 태어난 고향은 프랑스 남쪽의 생레미(ST. Remy)라는 프로방스의 시골 도시였다. 동네에 주차되어 있는 차량들의 수준이나 가게의 진열된 물건, 사람들 입고 다니는 패션으로 봐서 시골이라도 돈 있는 동네였다. 60~70대 백발 노인들이 노랑, 빨강, 녹색의 옷차림을 하고 다니는 게 자유로운 느낌을 준다. 공용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남쪽을 바라다보니까 10리쯤 거리의 바위산 봉우리가 눈에 하나 확 들어온다. 모양이 특이하다. 크라운 왕관 같기도 하고, 독수리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 같기도 하다. 바위산이 아무렇게나 생기지 않고 어떤 동물이나 물건을 닮고 있으면 그 생긴 모양이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풍수의 물형론(物形論)이다. 이 바위산을 ‘알피(Alpilles)’산이라고 한다. 알피산의 독수리 봉우리. 필자는 온 김에 이 봉우리의 이름을 작명하기로 했다. 영취웅비(靈鷲雄飛)이다. 신령한 독수리가 힘차게 날아오르는 형국.

노스트라다무스가 태어난 집터는 주차장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성당 옆의 골목길에 있는 집이었다. 노스트라다무스 집터는 이 영취웅비의 에너지를 받는 지점에 있었다. 바로 옆의 오래된 성당도 이 기운을 느꼈기 때문에 가톨릭의 영적 고단자들이 터를 잡았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노스트라다무스 생가의 안내문을 보니까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이 알피산을 좋아하고 그림으로 그리는 것도 좋아했다고 나온다. 특히 그의 외증조부가 대단한 의사이자 그 동네의 보물 같은 존재였다. 노스트라다무스가 역병 치료에도 탁월했던 점, 그리고 예언 능력도 외증조부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외가의 피를 물려받는 외탁도 많다. 혼사를 할 때 윗대를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참고로 화가 고흐가 1년 남짓 입원해 있으면서 많은 명작을 그렸던 정신병원 자리는 ‘영취웅비’ 봉우리 바로 밑에 있었다. 정신병원도 원래 수도원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