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에서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시베리아 호랑이가 전염병에 걸려 폐사했다. 서울대공원 인기 동물로, 지난달 22일 돌잔치를 했던 시베리아 호랑이 ‘삼둥이’ 중 둘째 ‘파랑’이다. 나머지 두 마리는 ‘해랑’과 ‘사랑’.
서울대공원은 지난해 4월 23일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난 시베리아 호랑이 암컷 ‘파랑’이 ‘고양이 범백혈구감소증’에 감염돼 지난 4일 폐사했다고 8일 밝혔다. 이 병은 고양잇과 동물만 걸리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감염될 경우, 백혈구가 급속히 감소해 면역력이 약한 새끼들에게 특히 치명적이다. 새끼 고양이의 경우 치사율이 90%에 달한다고 한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지난 2일 파랑이 갑자기 먹이를 먹지 못하고 구토 증상을 보여 항생제 주사를 놓는 등 치료를 했지만 이틀 만에 폐사했다”며 “작년 6~8월 세 차례 백신을 맞았는데도 감염됐다”고 말했다. 이 병은 치료제가 없고 예방 접종을 하더라도 걸릴 수 있다고 한다.
시베리아 호랑이 ‘삼둥이’는 엄마 ‘펜자’와 아빠 ‘로스토프’ 사이에서 태어났다. 펜자와 로스토프는 2011년 한·러시아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러시아 정부로부터 기증받았다. 호랑이는 보통 15년 정도 사는데 둘 다 올해 13살로 고령이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파랑과 같은 우리에서 지낸 엄마 펜자와 형제인 해랑, 사랑이도 같은 증상을 보여 치료 중”이라며 “사랑이는 기력은 찾았지만 아직 사료는 먹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서울대공원은 파랑의 정확한 감염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과 함께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앞서 지난달 22일 서울대공원은 삼둥이를 위해 돌잔치를 열었다. 소고기와 닭다리 등으로 케이크를 만들고, ‘돌잡이’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