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라 리가 마요르카의 이강인(오른쪽)이 라요 바예카노와의 원정 경기에서 2-0을 만드는 쐐기골을 터뜨리고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스페인 매체‘온다세로’는 양질의 패스와 슈팅으로 팀 승리를 이끈 이강인에 대해“마요르카 공격의 대부분은 이강인이 이끄는 역습”이라고 했다. /EPA 연합뉴스

이강인(21·마요르카)이 28일 라요 바예카노와의 스페인 프로축구 라 리가 원정 경기 후반 29분에 교체를 위해 그라운드에서 걸어 나왔다. 그러자 원정 경기에 찾아 온 몇 안 되는 마요르카 팬들이 이강인을 향해 환호하며 기립 박수를 보냈다. 그 함성이 고요한 홈 팬들의 분위기와 대조를 이루며 경기장에 퍼져 나갔다.

이강인은 이날 시즌 첫 골과 함께 2대0 팀 승리를 이끌었다. 후반 19분 이강인은 상대 수비 머리에 맞은 공을 퍼스트 터치와 함께 골문 앞까지 파고들어 강력한 왼발슛으로 마무리했다. 지난해 9월 이후 11개월 만에 터진 득점이었다. 경기 종료 후 이강인은 라 리가 선정 경기 최우수 선수(MOM·Man Of the Match)로 선정됐다.

◇'벌크 업’ 뒤 안정기

이강인이 지난 시즌에 비해 ‘환골탈태’라는 말이 어울리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 21일 레알 베티스전에서 시즌 첫 도움을 신고한 데 이어 이날 시즌 1호골을 넣었다. 지난 시즌 30경기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지난 시즌과 달라진 이강인

먼저 몸이 달라졌다. 이강인은 지난 시즌을 시작하기에 앞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몸을 키웠다. 덩치가 작아서 몸싸움에서 밀린다는 지적 탓이었다. 그러나 몸이 둔해졌는지 지난 시즌 내내 특유의 장점이었던 활동량이 줄어들었다. 빠르게 달리지도 못했다. 그 탓에 지난 시즌 30경기 동안 총 출전 시간은 1411분. 경기당 평균 47분 정도로, 활약이 미미했다.

올 시즌은 몸이 커진 채로도 빠르고 많이 달린다. 상대 수비가 밀어붙여도 빠르게 치고 나간다. 근육을 키운 뒤 신체 밸런스가 무너지는 선수가 많은데, 이강인은 꾸준한 훈련으로 이를 극복해냈다는 분석이다. 라요전 후반 20분 상대 수비수가 두 팔로 잡아끄는데도 멈추지 않고 나아가다가 옐로 카드를 얻어낸 장면은 확연하게 달라진 이강인을 설명해주는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포지션 구애 없이 마음대로 달린다

이강인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한국에서 짧게 휴가를 보낸 뒤 다시 스페인에 돌아가 개인 훈련에 몰두했다. 하비에르 아기레 마요르카 감독은 이런 이강인을 눈여겨봤고, 올 시즌 시작과 동시에 3경기 연속 선발로 내보냈다. 중원에서만 머물던 활동 반경도 올 시즌엔 최전방, 좌우 측면 등을 휘젓게 하면서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는 ‘프리 롤’을 줬다.

기대에 부응한 이강인은 3경기 연속으로 특유의 예리한 전진 패스, 부드러운 드리블로 공격을 이끌었다. 덕분에 마요르카는 시즌 초반이지만 강등권(18~20위)이라는 평가와는 달리 7위(승점 4·1승1무1패·28일 기준)에 위치해 있다. 아기레 감독은 라요전 후 “이강인은 팀에서 가장 재능 넘치는 선수”라며 “우리는 그가 필요하다”고 칭찬했다.

◇월드컵도 욕심

이강인은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 1년 5개월 넘게 부름받지 못했다. 이강인의 느린 속도가 벤투 감독의 전방 압박 전술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강인은 지난 시즌에 비해 빨라졌다. 아기레 마요르카 감독도 ‘이강인은 느리다’는 말에 “이강인은 좋은 신체 밸런스와 속도를 겸비했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이강인은 시즌 전 “월드컵은 모든 선수들의 꿈이다. 나 역시도 나가고 싶다. 4개월 동안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면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 열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표팀은 오는 9월 23일 코스타리카, 27일 카메룬과 2연속 평가전을 가진다. 이강인이 소속팀에서 계속 활약한다면 벤투 감독도 9월 마지막 기회를 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