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정치권은 ‘부자 감세(減稅)’라는 비판을 우려해 상속세 개편에 소극적이지만, 정작 소액 주주들과 연대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국내 행동주의 펀드들은 찬성 입장이다. 선진국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징벌적 상속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유발해 결국 소액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친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5월 기준 코스피200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배로 미국 등 23개 선진국 평균(2.9배)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다.

대주주들은 주가가 오를수록 상속세를 많이 내야 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주가를 관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장이다. 오히려 주가가 낮아야 세금을 덜 내 유리하다. 주가가 올라야 이익인 소액 주주들과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것이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상속세율을 20%대로 낮추거나 주식 시가 기준으로 상속세를 산정하는 대신 시가와 장부가 중 더 높은 것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식의 손질이 이뤄져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대주주와 소액 주주가 주가 부양을 위해 공생하는 환경이 마련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 대표는 올해 초 국내 은행들에 주주 서한을 보내 배당 확대를 이끌어내고,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저평가 요인으로 지목된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 회사 문제를 공론화시켜 주가를 올리면서 소액 주주들의 지지를 얻었다.

한진칼, DB하이텍 등을 상대로 주주 권익 증진을 요구했던 국내 행동주의 펀드 1세대인 강성부 KCGI 대표도 “국내 기업들이 후진적 지배구조를 갖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대주주에게 60%까지 부과되는 과도한 상속·증여세”라며 “상속세 최고 세율을 자본이득세 최고 세율인 25%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했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세수 펑크’ 우려는 현실화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이창환 대표는 “현재는 상속세를 덜 내기 위해 자녀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지주사 위에 지주사를 만들어 주가를 엄청 눌러놨다”며 “상속세율을 정상화시키면 이들이 세금을 정상적으로 낼 확률이 높아지므로 걷히는 세금이 오히려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