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이 매년 2000명의 ‘인공지능(AI) 실무 인재’를 대규모로 육성한다. 최근 6년여간 사회 공헌 차원에서 미취업 청년을 매년 수백 명씩 교육해 ‘1만(萬) 소프트웨어 인재’를 키워 낸 삼성이 이제 ‘AI 인재’ 육성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새 정부가 ‘AI 3대 강국’을 목표로 내걸고 AI 전문가를 장차관급으로 잇따라 지명하는 등 혁신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인재 육성’으로 이를 뒷받침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삼성이 미취업 청년에게 1년간 무료로 소프트웨어를 가르치는 ‘삼성 청년 SW·AI 아카데미(SSAFY)’ 교육생들이 로봇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모습. 삼성은 올해부터 AI(인공지능) 교육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전면 개편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AI 인재 육성 나선 삼성

삼성은 24일 “29세 이하 미취업 청년을 매년 2000명씩 선발, 1년간 AI와 소프트웨어(SW)를 무상으로 가르치고 인당 1200만원의 교육 지원금까지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 ‘삼성 청년SW·AI 아카데미(SSAFY) 서울 캠퍼스’에서 열린 12기 수료식에서였다. 삼성은 “시대적 과제로 부상한 국가 차원의 AI 인재 육성에 기여하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선 졸업생 981명이 배출됐다. 이로써 지난 2018년 말부터 삼성이 SW 인재 육성을 위해 운영해 온 사회공헌 프로그램 ‘SSAFY’의 누적 수료생은 총 1만명을 돌파(1만125명)했다.

이날 삼성은 그간 SW 중심으로 운영해 왔던 교육을, AI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고 프로그램명도 ‘삼성 청년 SW·AI 아카데미(SSAFY 2.0)’로 바꾼다고 밝혔다. 총 1600시간이었던 교육 시간을 1725시간으로 늘리고, 이 중 60%에 달하는 1025시간을 AI 교육과 AI 활용 실습에 배정하기로 했다.

그래픽=이철원

모든 교육은 철저히 실무(實務) 중심으로 이뤄진다. 1학기에 AI 입문 강의를 통해 기초 지식을 익힌 뒤엔 AI 프로그래밍 등 중·고급 교육을 받고, 2학기부터는 AI 실습 특강을 들으며 다른 교육생들과 팀을 꾸려 프로젝트를 기획·운영하는 등 언제든 실무에 투입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것이 삼성의 설명이다. 삼성 관계자는 “서울대와 카이스트, 연세대 등 AI 교수진을 비롯해 전문 강사들이 직접 AI 교육을 진행한다”며 “AI 교육을 위한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 시스템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이 ‘독한 교육’을 예고한 만큼, 새 프로그램이 AI 인재 양성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그간 SW 중심이었던 SSAFY 역시 대학의 2~3년짜리 SW 전공을 1년으로 압축해, 문과 출신의 비전문가도 ‘SW 개발자’로 취업을 시켜주는 프로그램으로 청년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1년간 출퇴근 방식으로,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하루 8시간씩 강도 높은 교육을 무료로 받는 데다 월 100만원씩, 총 1200만원의 교육 지원금까지 주기 때문에 청년들 사이에선 ‘웬만한 취업보다 SSAFY가 낫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과거 교육생들은 본지 인터뷰에서 “중견기업에 붙었지만 삼성 SW 교육을 받는 게 더 비전이 있다고 판단해 입사를 포기하고 왔다” “공무원 준비를 하면서 1년 반 동안 백수로 지내 걱정이 많았는데 삼성이 책임지고 1년간 빡세게 굴려 갱생(更生)시켜 준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AI 인재 부족 심각

삼성이 ‘AI 인재’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선 배경에는, 국내의 AI 인재 양성이 산업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문제 의식이 깔려 있다. 지난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인공지능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AI 분야 부족 인력은 433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인공지능 개발자(2721명 부족)가 전체의 63%에 달한다. 지난 3월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서울 강남의 SSAFY 캠퍼스에서 만났을 때도 이 같은 ‘SW·AI 인재 부족 문제’ 등이 화두가 됐다.

삼성은 이번 AI 교육을 4년제 대학 졸업자뿐 아니라 마이스터고 졸업생에게도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우수한 청년들이 최근 ‘AI 전환’을 꾀하는 기업들에 대거 취업해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말 기준 삼성 SSAFY 수료생(9144명) 가운데 취업자는 7727명으로, 85%의 취업률을 기록했다.

☞SSAFY

원래는 삼성이 2018년부터 진행해온 사회 공헌 프로그램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Samsung Software Academy For Youth)’의 약어다. 교육의 중심이 SW에서 AI로 바뀌면서 이제는 ‘삼성 청년 SW·AI 아카데미(Samsung Software AI academy For Youth)’란 뜻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