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못 버린 물건들
은희경 지음|난다|248쪽|1만7800원
외로워 과음한 날에, 반지를 끼고 잠들었다. 여간해선 반지를 잘 끼지 않지만, 엄마의 유품인 그 반지만은 가끔 낀다. 삼십 대 중반, 갑자기 소설을 쓰겠다 나섰을 때 ‘애들은 어쩌고’ ‘아줌마가 이제 와서 뭘 하겠다고’ 같은 말을 하지 않았던 엄마를 그리면서. “잠들기 전에, 잠이 안 올 때, 더 강해지고 싶은 때, 외로움 따위는 인간의 천분이라고 나를 설득하면서.”
소설가 은희경이 차마 버리지 못한 물건들에 대한 글 스물네 편을 엮었다. 술잔, 감자 깎는 칼, 만화경, 스타킹. 겹겹이 쌓인 세월만큼이나 사연도 곡진하다. 미니멀리즘의 유행에도 좀처럼 버리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변명 같은 책. “물건들을 버릴 수 없게 만드는 데에는 거기 깃든 나의 시간도 한몫을 차지한다. 물건에는 그것을 살 때의 나, 그것을 쓸 때의 나, 그리고 그때 곁에 있었던 사람들의 기억이 담겨 있으며 나는 그 시간을 존중하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