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작과 동시에 킬리안 음바페(24·프랑스)가 빠르게 앞으로 달려나갔다. 공을 잡은 네이마르(30·브라질)는 앞으로 가는 척하다가 뒤에 있는 리오넬 메시(35·아르헨티나)에게 건넸고, 메시는 원 터치로 저 멀리 앞에 있는 음바페에게 높이 띄워 줬다. 음바페는 골키퍼의 키를 살짝 넘기는 논스톱 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불화설에 휩싸였던 PSG의 공격수 삼인방이 경기 시작 9초 만에 만들어낸 작품 같은 골이었다. 이는 파리 생제르맹(PSG)이 1970년에 팀을 창단한 이후 최단 시간 골 기록이다.

(왼쪽부터)리오넬 메시, 킬리안 음바페, 네이마르가 22일 릴과의 경기 중 기쁨을 나누는 모습. /AP 연합뉴스

PSG는 22일 릴과의 리그 원정 경기에서 7대1 대승을 거뒀다. 특히 음바페와 네이마르의 손발이 한 몸처럼 맞아 떨어졌다. 음바페의 3골 중 2골이 네이마르의 도움에서 나왔다. 음바페는 골문 앞에서 본인에게 오는 공을 다리 사이로 흘려 보내며 네이마르(2골 3도움)의 두 번째 골을 도왔다. 메시도 뒤에서 둘을 받쳐주며 1골 1어시스트를 올렸다.

PSG 공격수 삼인방은 지난 14일 몽필리에와의 리그 경기 이후 불화설에 휩싸였다. 페널티킥 전담 키커인 음바페가 몽필리에전에서 전반 23분 페널티킥을 실축했고, 20분 뒤 다시 찾아온 페널티킥 기회엔 네이마르가 슛을 차 넣었다. 기회를 뺏겼다는 불만을 품은 음바페는 메시를 어깨로 치는 등 경기 내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경기가 끝난 뒤 라커룸에서 음바페와 네이마르가 주먹다짐 직전까지 갔다가 주전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가 말렸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 뒤 일주일 동안 PSG 내 불화설이 빠르게 퍼져 나갔다. PSG의 라커룸은 네이마르와 메시가 주도하는 ‘남미파’와 음바페가 주축인 ‘프랑스파’로 나뉘어 서로 반목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음바페가 네이마르, 메시를 포함한 ‘정리 명단’을 구단 측에 제시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크리스토프 갈티에 PSG 감독은 “선수들끼리 의견을 교환했을 뿐,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지만, 여진이 상당했다.

그러나 이날 7골을 넣는 내내 셋은 서로 하이파이브와 함께 포옹하며 불화설을 일축했다. 특히 그 중심에 섰던 네이마르와 음바페는 실수해도 서로 엄지를 치켜세워주는 등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았다. 갈티에 감독은 “오늘 밤 선수들은 자기가 아닌 팀을 위해 뛰었다”며 “경기 결과가 사실상 정해졌는데도 열심히 뛰는 모습이 좋았다”고 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는 “파리지앵(파리 선수들)은 무자비했다”며 “네이마르, 음바페가 불화를 우려하는 팬들을 안심시켰다”고 평했다. 레퀴프 역시 “몽펠리에전에서 태도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킬리안 음바페가 이 경기에선 ‘멋진 쇼’를 보여줬다”고 했다. 영국 기브미스포츠는 “세 선수는 그들을 향한 부정적인 기사들을 조롱하는 듯했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