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제품 용량을 슬쩍 줄여 우회적으로 가격 인상 효과를 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 실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최근 식품 업체들이 냉동식품과 맥주, 참치 캔 등 가공식품의 내용물을 줄이는 꼼수 가격 인상에 나서자 정부가 전반적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기업들의 꼼수 영업이 물가 상승을 유발한다고 보고 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17일 ‘비상 경제 차관 회의 겸 물가 관계 차관 회의’에서 “11월 말까지 한국소비자원을 중심으로 주요 생필품 (슈링크플레이션)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신고 센터를 신설해 관련 제보를 받도록 하겠다”며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알 권리를 키울 구체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양을 줄인다는 의미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가격은 그대로 두거나 올리면서 제품 용량을 줄이는 꼼수 인상을 말한다.
김 차관은 “용량 축소 등을 통한 편법 (가격) 인상,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많다. (이는) 정직한 판매 행위가 아니며 소비자 신뢰를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중요한 문제로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광범위한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하는 만큼, 강도 높은 대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14일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해 “정직한 경영 방식이 아니다”라며 “가격을 유지하며 양을 줄여 파는 것은 자율이지만 소비자에게 정확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는 세부 품목별 물가 대책도 내놨다. 김 차관은 이날 “염료·생사(生絲), 식품용 감자·변성 전분 등은 업계 건의를 받아 내린 관세를 내년에도 지속 적용할 계획”이라며 “계란은 산지 고시 가격이 경직된 측면이 있는 만큼, 수급 여건을 신속히 반영하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공판장과 온라인 도매시장을 활용한 제도 개선 방안을 12월 중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