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일기
소피 퓌자스·니콜라 말레 지음|이정순 옮김|을유문화사|360쪽|2만5000원
프랑스의 주간지 기자, 그리고 문학박사이자 고서점 주인. 저자 두 사람의 배경이 지닌 접점은 평소 다양한 책을 접할 기회가 남들보다 많았다는 것이다. 그런 두 사람이 소설가, 화가, 철학가 등 저명한 87인의 일기를 모았다. 유명인의 일기는 단순히 개인의 내면이 아니라 한 시대의 역사적 단면을 대표하기 때문. 일기 원본은 물론 관련 인터뷰, 명언 등을 샅샅이 탐구했다. 저자들이 찾은 일기의 본질은 “독특한 증언이자 매번 사라져 버린 의식에 대한 탐구”다.
때로는 일기 속 스쳐 지나간 문장들이 집약돼 훌륭한 문학 작품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2022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아니 에르노의 대표작 ‘단순한 열정’, ‘사건’, ‘집착’, ‘세월’ 등도 일기가 모티브였다. 일기 속 글자만이 주인의 내면을 담는 것은 아니다. 마리 퀴리의 일기 서체는 강직한 그의 외적 이미지에 걸맞게 단정하다. 하지만 그가 남편 피에르가 죽은 날 아침 적은 일기장에 떨어진 두 방울의 눈물 자국은 그 어떤 문장보다도 강렬하게 그녀의 내면을 대변한다. 이 다채로운 기록을 거쳐 저자들의 다음 문장에 도달하는 순간, 당장 일기가 쓰고 싶어진다. “일기는 망각에 저항해 기록하면서 싸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