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 평가’를 통해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찾고 다양한 학습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제대로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전국 시도교육청 17곳 중 8곳에서 각종 평가를 금지하거나 지양한다는 내용을 담은 단체협약(단협)을 전교조와 맺었기 때문이다. 전교조는 이미 교육부 맞춤형 자율 평가 확대 계획을 ‘준강제’ ‘일제고사 부활’이라면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20일 국회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받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과 전교조 단체협약을 분석한 결과, 울산을 제외한 16곳에 학생 평가와 관련된 내용이 들어있었다. 이 중 세종·경남·전북·강원·제주·전남·충남·대전교육청 등 8곳 단협에 진단 평가 등을 금지하거나 지양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세종교육청 단협에는 ‘초등학교에서 학기 초 진단 평가 및 중간·기말고사 등 일제 형식 평가를 폐지한다’, 전북교육청 단협에는 ‘초등학교는 일제식 지필 평가(진단·중간·기말 등)가 아닌 교사별 상시 평가로 하고, 그 실시 방법은 교사가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는 조항이 있다. 대전과 전남교육청 단협에는 ‘초등학교에선 서열화를 위한 일제 평가를 지양하자’는 내용이 들어있다. 부산·대구·충북·경북교육청 등 4곳 단협에는 ‘사설 모의고사를 실시하지 않도록 (지도)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런 단협 때문에 학교 현장에서 교육부의 ‘맞춤형 자율 평가’를 비롯해 학생 학력을 알아보는 각종 평가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원교육청은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줄이려 최근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자체 진단 평가를 하려고 했지만, 전임 교육감이 전교조와 맺은 ‘학력고사 금지’ 단협 때문에 신청 학교만 진행하는 것으로 정책을 바꿨다. 결국 초등·중학교의 50.5%가 신청했는데, 일부 학부모가 “우리에게 묻지 않고 학교가 (맘대로) 결정했다”면서 항의, 20일까지 신청을 연장했다.

현재 교육부 지침상 ‘맞춤형 자율 평가’를 실시할지 여부는 학교나 교사(학급)가 결정하며, 학부모나 학생들 의견 수렴은 필수가 아니다. 이런 단협을 맺은 곳에선 학생들이 원해도 전교조 교사들이 반대하면 참여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상 학생 평가 등 교육 정책에 대한 사항은 노조와의 교섭 대상이 아니다. 고용노동부도 최근 정경희 의원실이 “학생 시험이 단체협약 사항에 포함되느냐”고 공식 질의하자 “교원 노조는 임금, 근무 조건, 후생 복지 등 경제·사회적 지위 향상에 대해 교섭할 수 있다. 학생, 학부모 등 노조와 상관없는 제3자에 관한 사항은 경제·사회적 지위 향상에 관한 사항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고용부는 이에 대해 시정 명령을 내리긴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공무원노조법과 달리 교원노조법에는 비교섭 대상에 대한 명시적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노조법에는 ‘법령 등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그 권한으로 행하는 정책 결정에 관한 사항, 임용권의 행사 등 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으로서 근무 조건과 직접 관련되지 아니하는 사항은 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경희 의원은 “전교조 때문에 교육의 기본인 학력평가조차 제대로 못 하는 현실을 방치할 수 없다”면서 “학생 교육 등 교원의 근로 조건과 상관없는 내용을 단체협약에 넣을 수 없도록 교원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