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현지 시각) 미국 네브래스카주 그린우드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네브래스카 주지사에 도전하는 찰스 허브스터를 지지해 달라며 연설하고 있다. 중간선거를 6개월 앞두고 상·하원 의원 후보 등을 선출한 인디애나와 오하이오 2개 주의 공화당 당내 경선에서 트럼프가 지지한 후보들이 대거 승리를 거두면서, 트럼프의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AFP 연합뉴스

오는 11월 미 중간선거를 6개월 앞두고 공화당이 상·하원 의원 후보 등을 뽑는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개막전으로 열린 첫 2개 주(州) 당내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한 후보들이 대거 승리를 거뒀다. 워싱턴 정가에선 “공화당 내 트럼프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오는 2024년 대선을 가정한 양자 대결에서 트럼프가 조 바이든 대통령을 앞선다는 여론조사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이번 중간선거가 트럼프 재기의 확실한 발판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4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전날 실시된 인디애나주(州)와 오하이오주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개 지지를 선언한 상·하원 의원 및 주법무장관·주재무장관·감사관 후보 등 22명 전원이 당선됐다. 오하이오에서는 상원의원 후보 1명과 하원의원 후보 11명, 주법무장관을 포함한 지방 선출직 후보 4명 등 총 16명이, 인디애나에서는 하원의원 후보 6명이 트럼프의 지지를 받았다. 폭스뉴스는 이에 대해 “(한마디로) 놀라운 싹쓸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폭스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22대0, 모든 레이스에서 이겼다”며 “공화당은 오는 11월 선거에서 모두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표적 스윙스테이트(경합주) 중 하나로 꼽히는 오하이오주의 연방 상원의원 후보 선출 장면이 ‘트럼프 효과’를 단적으로 보였다는 분석이다. 베스트셀러 ‘힐빌리의 노래’의 작가 JD 밴스(37)가 오하이오주 전 재무장관과 공화당 주위원장 등 6명의 경쟁자들을 꺾고 최종 후보로 당선돼 큰 화제가 됐다.

밴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2016년에는 그를 ‘미국의 히틀러’라고 부르는 등 비난을 쏟아냈다. 그런데 지난해 7월 상원의원 도전 의사를 밝힌 직후부터 “트럼프는 좋은 대통령이었다”며 태도를 180도 바꿨다. 이후 밴스는 트럼프 지지를 받았고,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지난 3월 폭스뉴스 여론조사 때 3위로 중위권이었지만 결국 역전승에 성공했다. 밴스는 승리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한테 축하 전화를 받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밴스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인 팀 라이언 하원 의원과 오하이오주 연방 상원의원 자리를 놓고 맞붙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지지층 세력에 대한 경계의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경제 관련 연설에서 “릭 스콧 공화당 상원의원(플로리다주)은 최근 중산층 증세 및 사회보장 지출 축소를 위한 법안을 내놨다”며 “이는 극단적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 어젠다이자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했다. MAGA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때 사용한 선거 구호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임신 6개월 전까지는 미국 여성이 자유롭게 낙태할 수 있도록 한 1973년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49년 만에 뒤집어야 한다는 미 연방대법원 의견서 초안이 유출된 데 대해 “(공화당의) 다음 공격 대상은 무엇일까”라며 “MAGA 군중은 진정 미국 역사에 존재한 가장 극단적인 정치 조직”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처럼 공식 일정에서 트럼프와 그 지지 세력을 직접 겨냥해 비판 발언을 내놓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악화되는 인플레이션, 코로나 팬데믹 장기화 등으로 민주당이 참패할 가능성이 커지자 상대 진영에 대한 노골적 공격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란 분석이 나온다. 미 의회 전문 매체 더힐은 “종종 통합의 메시지를 우선시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평소 언사에서 매우 벗어난 것”이라고 전했다.

CNN 등은 미국 내 진보와 보수가 첨예하게 격돌하는 낙태 이슈와 관련, “이번 사태를 통해 바이든 정권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진보 지지층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이 지난달 24~26일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54%가 여성 낙태권 유지에 찬성했고, 반대는 28%였다.

앞으로 한 달간 주요 지역에서 진행될 공화당 경선의 결과를 최종 확인하기 전에는 ‘트럼프 돌풍’이 다음 대선까지 이어질지 확신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는 10일에는 네브래스카와 웨스트버지니아에서, 17일에는 펜실베이니아 등에서 경선이 열릴 예정이다.